글은 마감님이 써준다?
마감날짜가 닥쳐서 쓰게 되는 고질병
탁상달력에 마감일과 책 제목, 출판사를 표기한다프리랜서의 환상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우아하게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쓰는 모습. 오늘은 기자가 되었다가, 내일은 작가로 변신하고 때에 따라 서포터즈, 블로거, 리뷰어, 선생님(?) 등등 원하는 분야로 매일 신분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거 없다. 다 거짓말이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상이다. 밥벌이로 글을 쓰는 사람은 프리랜서라 쓰고 24시간 항시 대기 중이라고 읽는다. 무슨 소리냐고? 프리랜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클라이언트가 주문하면 언제든지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마감에 닥치면 써지지 않는 글이 써질 때가 있다. 이때는 마감님이 써주신다, 접신하셨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데 실제로도 기한에 쫓기면 글감이 나온다. 자신을 한계치로 몰아붙여 최대한의 능력을 뽑아내는 거다.
하지만 철저히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바로 '마감'이다. 읽고 쓰는 시간에 제한을 두면 집중력이 생긴다. 읽기를 예로 들어볼까? 집중하다 보면 자기 역량 이상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마감은 상대방과의 약속이다. 마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신용이고 내 얼굴이다. 특히 여러 분야를 막론하고 글감을 전달하고 있다면 분야별 데드라인을 꼭 스케줄러에 표기에 어기지 않도록 한다.
그래도 자꾸만 미루게 되는 마감. 어떻게 하면 맞출 수 있을까?
블로그 기사라면 현장 취재, 영화 시사회라면 리뷰 및 현장 취재, 서평단이라면 출판사가 제시한 기한을 제때 표기한다. 온라인에 게재되는 글은 무엇보다 시의성이 중요하다. 축제 및 현장 분위기를 담은 기사는 당일 빠른 시간에 다녀와서 바로 작성해야 하며, 영화 리뷰는 개봉 전까지 몇 번의 시사회가 있으니 고려해 작성한다. 영화를 보기 전 관객이 찾아볼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음으로 최대한 개봉 전에 작성한다. 서평은 출판사 별로 홍보와 노출에 필요한 날짜를 준다. 대략 한 권의 책마다 2주에서 1주의 마감기한이 있다.
마감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나에게 글감을 맡긴 사람이 주는 약속일뿐만 아니라 원고료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사회는 조금 늦었다고, 징징거린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피치 못할 사정을 아예 만들지 말도록 하자. 누적된 변명과 늦은 마감은 일감이란 박씨를 썩은 것 밖에 물어오지 못한다. 이마저도 얻을 수 없기도 하며, 스스로를 좀 먹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