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죽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다가 죽을 것인가? 삶과 죽음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은 더 이상 손쓸 수 없음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간절히 삶의 의지가 솟는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워가고 과거를 들여다봄으로써 미래를 그려본다. 죽지 않고 산다면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반복은 이 번 생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원동력이 된다. 후회 없이 살아갈 이유 말이다.
병에 걸렸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심기증 환자 '캘빈(에이사 버터필드)'은 진짜 불치병에 걸린 '스카이(메이지 윌리암스)'를 통해 위로받고 성장한다. 캘빈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스카이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시작해도 괜찮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가짜 리스트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투 다이 리스트(To Die List)'를 작성해 하나씩 실천에 옮긴다. 스카이에겐 남은 별로 시간이 때문이다.
스카이의 '투 다이 리스트'에 있던 일 중 하나가 캘빈과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살짝 정신을 놓아야만 해볼 수 있는 일들도 '난 암에 걸렸어'란 프리 패스로 무사통과 가능하다. 영화는 시한부 소녀의 럭비공 같은 매력을 통해 죽음의 공포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감을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한 인생을 즐기는 스카이가 부러웠다. 그런 친구를 만난 케빈은 더 부러워졌다. 스카이와 캘빈은 우정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내는 여느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고 담백하게 관계 맺는다. 전형적인지 않은 두 캐릭터는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밝은 톤을 유지하는 주축이 된다. 여느 10대 소녀와 소년의 꽁냥꽁냥한 다툼과 실수투성이 행동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속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때 숙여해지는 감정의 진폭이 커지는 진중한 영화기도 하다.
스카이가 이 세상에 뿌리고 간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나 잎이 나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을 것이다. 삶을 끝내며 새로운 생명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희망처럼, 스카이도 캘빈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깨닫는다. 어둡고 소심한 캘빈을 도우면서 애써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던 죽음을 즐겁게 맞이한다.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는 <지랄발광 17세>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는 성장영화이면서도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실천하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철학, 그 어딘가에 놓여있다.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투 다이 리스트'를 작성해 실행에 옮기다 보면 오히려 격정적으로 삶에 가까이 다가간다.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훌륭하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역이용하는 '메이지 윌리암스'의 엉뚱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미드 [왕좌의 게임]이나 영화 <폴링>에서 보여준 진중한 모습을 버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소녀를 익살스럽게 연기한다. 영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이사 버터필드'는 가진 장점을 활용한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평점: ★★★
한 줄 평: 메이지 윌리암스 너무 귀여워서 주머니에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