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관계인지라 그때그때 오해를 풀지 못하면 단단히 얽힌 매듭을 풀지 못해 힘들다.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시간과 돈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안되면 싹둑 잘라버려야 할 때도 있다. 사람 사이,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는 쉽게 끊을 수 없음을 또다시 재확인하게 된다. 모든 관계가 그렇다. 다시 보지 말자도 하고 안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관계란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최근 이혼식을 결혼식보다 성대 치른 후 상대를 다시 보게 되는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두번할까요>다.
불편한 이혼식에 초대된다면?
영화는 한국영화상 유례없는 이혼식으로 시작한다. 권태기 부부의 결혼생활은 3년 차에 파경을 맡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둘은 어떻게 만났고 사랑했는지, 왜 헤어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혼부터 하니 관객은 난감하다. 이혼 사유의 가장 큰 비중은 성격차이다. 이혼식을 하는 이유도 크고 작은 일이 있었을 거란 찜찜한 추측을 해본다. 때문에 영화는 이혼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관계를 주목하는 영화다. 결혼과 이혼에 관란 다양한 상념을 정리해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이혼했지만 확실히 끊어내지 못하고 사사건건 서로의 생활로 소환된다. 그러면서 또 싸우고, 막말하고, 버티고, 미운 정이 쌓여간다. 선영(이정현)이 미련이 많다. 계속해서 현우(권상우)에게 눈치를 주지만 알고도 피하는 건지 아예 모르는 건지 답답함이 커갈 때쯤 상철(이종혁)과 얽힌다.
영화의 특성상 우연은 계속 필연이 되고, 상철과 선영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한편 현우와 상철은 고교 동창이다. 오랜만에 만난 연애상담까지 이른다. 드디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상철이 만나는 여자는 현우의 전부인이다. 이후 현우는 지긋지긋했던 선영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내가 가지기는 부담스럽고 남 주기는 아까운 상황.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가 점차 커진다. 그렇게 하고 싶던 이혼을 했더니 다시 관계가 시작되는 전형적인 코믹 멜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들이 좌충우돌하며 회복하고 만들어가는 새로운 관계를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다.
헤어지자 시작되는 관계에 주목
결혼 생활 3년은 30년 산 부부에 비하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기다. 이들은 연애할 땐 몰랐던 작은 습관들이 하나둘씩 쌓여간다. 살면서 극복해 보려고 했지만 덮어놓고 쌓아둔 오해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이미 금이 가버린 관계를 이어 붙이고 신뢰란 접착제를 발라야 한다.
이혼은 더 이상 큰 흠이 아니다. 안 간 것, 못 간 것, 갔다 온 것이 대수가 아닌 세상이다. 때문에 미혼, 비혼, 파혼, 딩크족, 돌싱 등이 살아가기가 예전보다 나은 세상이긴 하다. 여전히 주의의 따가운 시선이 없다고는 말 못 하지만. 돌싱은 실패가 아니다. 서로의 언어를 해석하는 번역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번역에 성공하면 연애도 결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의미심장하게도 선영의 직업은 번역가이고, 극 중에서 번역하는 영화는 <빅 식>이다.
영화 <빅 식>은 정략결혼에 발목 잡힌 파키스탄 남자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과 결혼에 한 번 실패한 후 진정한 사랑에 목마른 미국 여자의 러브스토리다. 둘은 쿠마일의 스탠딩 코미디 공연장에서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 나간다. 어느 날 사소한 오해로 이별 후 '에밀리(조 카잔)'가 코마 상태에 빠지며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파키스탄과 미국 문화의 벽,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를 좁히는 사랑 방식이 보편적인 가치 '사랑'으로 이어지는 영화다. 이 영화처럼 살 수 없음을 깨닫는 선영의 씁쓸함이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다.
영화 초반 관객은 이유도 모른 채 불편한 이혼식에 끌려와 참관하게 되었다. '결국엔 이혼이라서 결혼'이라는 농담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 다시 시작된 연애에 관한 드라마 <연애시대>의 코믹버전이 영화 <두번할까요>다. 권태기에 이른 부부의 관계 회복과 재혼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반부 흥미와 재미는 점차 희석되고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와 낡은 서사점이 발목을 잡는다. '탐정 시리즈'와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보여준 소소한 코미디를 이어가는 권상우와 첫 코믹 로맨스에 도전하는 이정현, 두 사람은 안정적으로 감싸않는 이종혁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세 사람의 시너지 합이 어떻게 작용될지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평점: ★★
한 줄 평: 두 번은 못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