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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Oct 30. 2019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마법, 이번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로 만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Weathering With You, 2019, 신카이 마코토



아침에 일어나 날씨 어플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하루의 시작, 아침 날씨가 엉망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별로다. 비가 올 것 같은 예보가 있다면 우산을 챙겨야 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챙겨가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 점차 환경의 중요성, 인간의 욕심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진보했단 인류도 날씨는 주관할 수 없다. 자연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되는 불문율이다.


3년 만에 찾아온 신카이 마코토, 명성 이을까?

<날씨의 아이> 스틸컷

2017년 <너의 이름은.>이후 '신카이 마코토'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는 다시 한번 래드 윔프스와 호흡을 맞췄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OST로 심금을 울린다.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제와 흡사한 작화,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 빗방울과 햇살의 정교한 움직임까지 신카이 마코토의 마법이라 할만하다.


과연 <너의 이름은.>의 흥행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번에도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신화적 요소를 가미했다. 익숙함 속에 다른 점이라면 우주와 자연 속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임을 상기한다는 거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자연을 마음대로 바꾸어 놓았을 때는 상응하는 재앙을 얻다는 메시지가 가미됐다. 발전이란 미명 아래 자연을 훼손한 인류가 그 세대의 존속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햇살을 따라 무조건 도쿄로 온 16세 가출 소년 '호다카(다이고 코타로)'는 며칠 동안 내내 퍼붓는 비가 얄궂다. 학생이란 신분으로는 아르바이트도 힘들었다. 길바닥을 전전하다 우연히 맥도날드에서 한 소녀가 건넨 햄버거에 감동받는다. 한 편, 도쿄로 오는 배 안에서 생명을 구해 준 '스가(오구리 슌)'에게 참다못해 연락하게 된다. 때마침 갈 곳 없어 걱정이었건만 숙식 해결, 인턴으로 채용해준다는 말에 덥석 일을 돕는다. 연일 비가 내리는 도쿄를 구할 100퍼센트  맑음 소녀를 찾기 위해서.




날씨를 주관하는 능력, 불행일까 행운일까?

<날씨의 아이> 스틸컷

비가 내리는 회색 도시에 잠깐이나마 쨍한 햇살을 비춰 주는 능력은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든다.  소녀는 날씨를 주관하는 아이였다. 신비한 문을 통과한 이후로 국지적이고 제한적이나마 맑은 날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히나(모리 나나)'는 초등학생 동생과 살고 있으며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버티는 소녀 가장이다. 집을 나온 호다카와 만나면서 세상에 얽힌 비밀을 풀게 된다.



날씨의 아이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무녀다. 날씨란 하늘의 기분이고 날씨의 아이는 간절한 소망을 전달하는 존재다. 히나는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 즉, 가이아의 항상성이 존재한다. 자연은 빼앗으면 그만한, 혹은 그보다 더 큰 것을 가져간다. 일정하게 유지되던 균형을 깨트린 자는 그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후의 현상이 떠오른다. 이는 영화 속  맑은 날씨를 의뢰한 노부인이 대사로 알 수 있다. 도쿄도 예전에는 물에 잠겨 있었다며 원래 도시의 모습이 돌아온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메시지

<날씨의 아이> 스틸컷


과학적인 데이터를 신화적으로 해석한 신카이 마코토의 기발함이 빛나는 순간이다. 소년과 소녀는 자연재해 때문에 운명을 가를 대위기에 빠진다. 둘은 운명은 누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며 헤쳐나가야 한다. 돈을 벌어도 가난하고 무슨 일을 하든 잘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다.


변화된 세상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의 믿음과 응원의 메시지도 품고 있다. 영화 속 상황처럼 세상은 원래 미쳐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슬퍼하거나 실의에 빠질 필요다 없다.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판타지를 이용한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관이 내내 관통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섬세한 감정 묘사와 금방이라도 펼쳐질 것 같은 그림체로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다. 애니메이션 장르도 마찬가지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점, 선, 면을 연결해 움직이는 창조의  마법이다.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는 애니메이션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장르임을 확인시켜 준다.



평점: ★★★

한 줄 평: <너의 이름은.>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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