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니나 내나>는 <환절기>, <당신의 부탁>을 연출한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이동은 감독은 명필름랩 1기 출신으로 가족이야기를 소재로한 전작에 이어 상처와 시련을 극복하는 로드무비를 완성시켰다.
가족끼리도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이라고 뭐든지 다 아는 건 아니다. 가족이라서, 가족끼리, 가족이니까란 말이 못이 박힐 때가 있다. 영화 속 가족은 공통의 아픔을 품고 있다. 가족 중 하나를 잃은 상실 ,영화는 같은 슬픔을 다르게 극복하고 있는 가족구성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오래전 집을 나간 엄마의 엽서가 도착한다. 파주 근처의 병원에서 보낸 주소지를 따라 삼남매는 무작정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것도 진주에서 부산을 거쳐 파주까지 종단한다. 사실 엄마와의 추억보다 응어리가 더 큰 삼남매지만 일단은 접어두고 만나보고자 용기낸다. 갑자기 떠난 여행은 처음엔 서걱 거리기 일쑤였다.
불편한 마음, 서운한 마음, 못마땅했던 속내를 꺼내보인다. 비수를 꽂는 말도 서슴없이 하며 서로 부대끼고 익숙해 진다. 이번 기회에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오해했던 일도 푼다. 사는게 달라 보여도 사람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다. 니나 내나, 니캉 내캉, 너나 나나,우리 모두. 그렇게 첫째 미정은 가족이란 이름을 평범함으로 정의한다.
이름. 우리는 이름을 지을 때 고민한다. 부모는 자식 이름에 가장 좋은 뜻을 담아 짓는다. 잘 되라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오래오래 살라고 말이다. 영화 초반 아버지의 사진관에 카페를 차린 사장은 이름을 못정했다며 고심한다. 이에 경환의 아내 상희(이상희)는 옛사진관 이름을 그대로 써달라고 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이어 쓰는 일은 시작하는 환생 같다.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길 고대하는 마음이다. 이게 바로 이름이 갖는 고유의 성질이다. 물건이나 사람이 사라졌지만 이름은 남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사진관에서 카페가 된 상호, 엄마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의 상호. 가족은 이름을 매개로 기억을 공유하고 , 기억하며 살아간다. 이름은 한번 지으면 평생간다. 그래서 귀하게 짓는다.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고 하지 않나. 때문에 이름에 의미도 제각각이다. 자꾸만 엄마가 보이는 미정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 화해한다. 예쁜 이름 미정을 못마땅해왔다. 부모가 싸울 때마다 불린 이름 미정이라 정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서야 엄마와 딸의 오해가 풀린다.
또한 미정은 엄마 대신 짐을 지고 산 누나다. 하지만 동생들은 부담스러워 한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둘째 경환(태인호)는 셋째 재윤(이가섭)의 비밀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재윤은 모두에게 자신의 숨겨왔던 사실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첫째 미정(장혜진)은 엄마로서 딸 규림(김진영)에서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네 사람은 길 위에서 울고 웃고 터지는 겪으며 더욱 단단해 진다.
<니나 내나>는 자연스레 잊고 지낸 가족이 떠오르는 가족성장영화다. 가족으로 출연한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모두 부산 출산으로 가족처럼 친근하게 촬영했다고 한다. 때문에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한 부산, 진주, 파주까지 실제로 차를타고 이동해 지역의 공기까지 담았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DMZ가까이까지 올라가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진다. 이동은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은 세월호의 충격이라며 대단한 위로보다 새로운 기억, 좋은 기억을 심어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고 잊고 지낸 무엇을 떠올려보고, 오랜만에 가족에게 연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상처는 겉으로는 새살이 돋아 있지만 속은 쉽게 아물지 않는다.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상처를 다루는 방식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평점: ★★★☆
한 줄 평: 가족을 아픔으로 국가의 아픔을 어루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