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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03. 2019

<우먼 인 할리우드> 할리우드 카메라 뒤 불평등 리포트

우먼 인 할리우드, This Changes Everything, 2018, 톰


<우먼 인 할리우드>는 권력을 가진 존재가 할리우드에서 여성을 어떻게 배척했나를 보여준다. 188편의 작품, 96명의 목소리가 담긴 할리우드 고용실태 및 기회 불균형 고발 리포트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권력 앞에 맞설 방법은 수치로 환산된 데이터였다. 여성 배우, 감독, 작가, 제작자의 인터뷰와 반박할 수 없는 수치를 제시하자  일단 말을 붙일 수 있었다. 지금 세대가 태어나기 수년 전부터 생긴 구조가 영원불멸하게 둘 수 없다고 생각한 할리우드 대표 인사들이 뭉쳤다.


지배층은 거대하고, 강력하며, 조용하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이다. 몇몇 산업분야는 여성의 자리가 생겨났지만 유독 할리우드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들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남성은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업 전반에 고용된다. 영화계 유리천장이라는 셀룰로이드 천장인 남성 제작 구조가 여성 영화인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 여기 있다고, 여성도 충분히 경쟁력과 창의력 있는 인재라 해도 말이다. 기회조차 없는데 어떻게 재능을 펼칠까. 영화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분석한다.


공공연하게 일어났지만 그간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해봤자 일을 못하거나 들어주지 않았다.  70년대 후반 영화계 여성 6인이 모여 문제점을 파고들었지만 기각되었다.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여성 감독이 상을 받아도 다음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거나 일 없이 기다리기 일쑤였다.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되는 가치관 형성의 걸림돌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컷

미디어는 힘이 세다. 여성은  오랫동안 주인공의 주변인, 성(性) 적 대상화,  자신만의 관점으로 볼 권리 또한 박탈당한다.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여성 이미지에 자기 몸을 혐오하거나 수치심을 느낀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영화와 TV을 보며 가치관을 형성한다. 불평등한 성비와 놀림감의 대상, 노출을 자주 하는 여성 캐릭터를  보아온 아이들 미디어가 여성을 표현하는 법을 대부분 흡수한다.


여성은 비상식적이고 저열하며, 가치 없어 배제되어야 하는 열등한 사람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아예 존재 자체가 없기도 하다. 아이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나는 분명히 여기 있는데 없는 사람 취급받는다고 생각해 봐라. 아이들은 모방할 대상을 찾고 싶지만 닮고 싶은 객체가 없어 스스로  여성을 타자화하게 된다. 자기의 성(性)을 등한시거나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즉, 자신만의 관점으로 볼 권리까지 파괴된다. 이는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의 성비는 50 대 50인데 미디어 왕국에서는 한쪽으로 쏠려있는 불균형이라 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여성 파워는 무시되고 사라졌다. 이에 지나 데이비스는  연구기관을 세워 분석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에서  제작자, 감독, 작가, 배우 등 남성 직업군의 비율을 80% 이상이다. 하지만 여성의 비율을 0.5% 정도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에서도 여성 캐릭터보다 2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남주인공이 여주인공보다 화면에 2배 이상 노출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컷


어린 나이에 데뷔한 나탈리 포트만과 클로이 모레츠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둘은 촬영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불합리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속옷 안에 무엇을 넣으라는 둥, 남성의 불편한 시선에 둘러싸여 일했던 경험을 토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의 자유를 이야기한 <델마와 루이스>의 주역 지나 데이비스, 전설적인 배우 메릴 스트립, 샤론 스톤 등도 예외가 아니다. 굵직한 캐릭터를 연기한  스타 케이트 블란쳇, 산드라 오, 제시카 차스테인도 받았던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배우에서 이제는 제작자로 더 잘 알려진 리즈 위더스푼도 숟가락을 얻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무성영화 시절에는 여성의 영향력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음향 기술이 도입되고, 실내 촬영으로 영화산업의 변화를 겪는다. 부유한 남성들이 제작사를 독차지하며  본격적인 할리우드 시스템이 갖춰진다.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컷


<우먼 인 할리우드>는 전반부는 할리우드의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후반부는 이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대해 다룬다. 지나 데이비스는 연구소를 설립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젠더 문제를 분석했다. 스웨덴의 한 영화관에서는 '벡델,윌리스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에 A 마크를 달아 등급을 매긴다.


영화  성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는 1985년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만든 영화 성평등 테스트다.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 명 이상 등장하는지, 이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지, 여성들 대화 주제가 남성과 관련 없는 것인지가 테스트의 주요 조건이다. 엘렌 윌리스 테스트(Ellen Willis Test)는 캐릭터의 성별을 바꿔도 서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를 따지는 테스트다.


지나 데이비스 연구소의 데이터에 충격받아 실천에 옮긴 이가 소개되기도 한다. 바로 FX의 CEO다. 그는 FX 제작 전반에 불균형이 있음을 직시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다양한 창작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 다양한 문화를 전달할 수 있다는 고용 다양성을 실천했다.  FX는 인종과 젠더를 구별 않고 콘텐츠를 만든 끝에 더 많은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어느 한 쪽의 노력보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컷


끝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 말한다. 스토리텔링의 평등, 남성의 시각을 답습하는 대신 다른 시선과 다른 카메라가 필요하다. 늘 싸움 끝에 성공을  보여줘야 하는 일에 익숙한 생활에 메릴 스트립은 21세기 기사도 정신을 가진 남성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바뀌기 힘든 구조에는 윗선인 남성의 발자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미디어 또한 산업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비단 할리우드뿐만이 아니다. 업계 모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이야기에  반기를 든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반쪽짜리 상아탑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다음 세대에 그대로 장애물을 물려줄 것인지 영화는 묻고 있다. 모두가 함께 움직일 때 세상은 변할 수 있다.



평점: ★★★☆

한 줄 평: 음 세대에도 려줄 유산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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