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형만 한 아우는 없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만큼 속편의 흥행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공식이 <겨울왕국>에는 맞지 않는 듯하다. 드디어 디즈니의 <겨울왕국>의 속편이 개봉했다. 1편의 'Let it go'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주제곡은 아니지만 캐릭터 마다의 테마곡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편이 엘사와 안나가 갑자기 맞닥뜨린 운명에 맞선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편에서는 엘사 마법의 근원을 찾아 떠난다. 즉,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힘의 근원을 어디인가란 정체성 찾기가 테마다.
엘사와 안나의 숨겨진 과거
엘사(이디나 멘젤)는 어느 날 의문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이끌리던 엘사. 자신이 가진 마법의 기원을 찾아 북쪽 마법의 땅을 지나 숨겨진 세상으로 나아간다.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전편에서는 힘 조절에 실패해 안나(크리스틴 벨)를 위험에 빠트리게 했다. 왕국까지 얼려버린 엘사는 자신의 힘을 부정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안정을 되찾았고 아렌델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한 편, 엘사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는 부모님이 어릴 적 들려준 '마법의 숲'의 전설을 통해 연결된다. 과거 아렌델 왕국과 인연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갯속에 빠진 미스터리한 숲에 대한 이야기다.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혼란스러운 찰나, 공기, 불, 물, 땅의 정령들이 깨어나 아렌델을 위협한다. 드디어 엘사와 안나,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과 모험을 떠날 이유가 생겼다. 트롤의 조언을 힘입어 안갯속의 마법의 땅을 찾아 나선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진실
수년 동안 숲에 갇힌 사람들은 엘사 원정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거대한 저주에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엘사는 선조의 왜곡을 바로잡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형형색색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인 숲은 지금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물들이기 충분하다. 단풍 구경을 가지 못했다면 스크린에서나마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을은 네 계절 중 가장 성숙한 계절로 봄(시작)과 여름(실행)을 지나 수확을 대변한다.
주야장천 올라프(조시 게드)가 미래와 성장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이유다. 올라프는 물에도 기억이 있다는 말로 왜곡된 진실을 바로 답을 해법을 던진다. 가을이 지나 겨울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징조이고, 세상에 나를 맞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사랑'이란 화두를 계속해서 던진다.
이는 다섯 번째 정령의 존재를 파악하는 열쇠가 된다. 엘사는 목소리의 근원과 왕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공기, 불, 물, 땅의 전령들을 다독이고 숨겨진 세상을 찾아가야만 한다. 엘사와 안나는 아렌델 왕국 최고의 콤비이자 우애 좋은 자매다. 부모님을 여의고 더 단단해진 자매애는 위험을 넘어 생명을 불어 넣었다.
어른이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겨울왕국 2>는 전편보다 화려해진 CG와 더불어 확장된 메시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귀에 확 꽂히는 음악은 없지만 다채로워진 음악은 개개인의 고민에 집중한다. 엘사는 자기 뿌리를 찾길 원하고, 안나는 언니를 보호하고 자립하길 희망한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에 대한 사랑을 이루고 싶다. 걱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올라프는 어른이 되면 어떤 기분일 까라며 줄곧 성숙에 대해 노래한다.
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 모두가 조금씩 변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른이 되기 위해 조금 전진하는 것일 뿐 지금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고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크다.
결국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도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게 없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는다. 남들과 달라 회의감이 들었던 능력(마법)으로 모두를 구한다. 진정한 여성 리더의 탄생에는 사랑과 화합이 있어 가능했다. <겨울왕국 2>는 기존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단단해진 여성상을 전 세계에 제시한다. 점차 성숙해져가는 디즈니의 미래 동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평점: ★★★☆
한 줄 평: 화려해진 엘사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이 눈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