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Nov 28. 2019

<카센타> 채워지지 않는 구멍 난 양심에 대한 성찰

카센타, NAILED, 2019, 하윤재


영화 <카센타>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빵꾸>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바 있다. 하윤재 감독은 10년 전에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데뷔한 신인감독이다. 내 인생의 구멍을  남의 인생 구멍 내며 살면 안 되겠다는 한 줄에서 출발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촘촘한 서사와 디테일함이 살아 있다.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수많은 갈림길에서 주인공은 어떤 길을 택할지 뻔하지 않은 연출이 매력 있다.


<카센타> 스틸컷

서울에서 내려와 지방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하고 있는 부부는 오늘도 손님 하나 없이 흙먼지 풀풀 날리는 덤프트럭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린벨트에 허가가 나고 리조트가 생기면서 고속도로가 뚫렸다.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국도는 다니는 차가 드문 이유다. 기름값이 싸기 때문에 유난히 덤프트럭만 왕래하는 이상한 도로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외지인이라며 재구(박용우)를 따돌리는 토착세력과의 실랑이도 버티기 쉽지 않다.


재구는 아내 순영(조은지)의 가족들에게도 외면받은 지 오래다. ‘얼굴만 반반해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 무능력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덤프트럭이 흘린 쇳조각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몸소 실천해 잇속을 챙긴다.


처음에 순영은 남편의 영업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상황에 ‘들키지만 않으면’이란 가정이 붙이 시작하자 욕심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다. 오히려 재구보다 순영이 앞장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하고 욕심은 끝없이 커진다.


<카센타> 스틸컷


어느덧 순영은 재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욕망을 실현한다. 말리는 재구 앞에 “이건 지렁이 하나 박아서 될 일이 아니야, 어차피 터진 거 그냥 덮을 생각이나 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제 돈 벌어서 서울 갈 생각보다 더 큰 목표가 생겨버렸다. 과연 부부의 카센타는 이대로 괜찮을까?


<카센타>는 익숙한 이야기 속에 빠른 리듬감과 전형적이지 않는 장면 전환으로 예상 가능한 영역을 벗어난다. 흔히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는 사기단처럼. 도로에 못을 박아 구멍 난 손님으로 돈 번다는 상황은 이 부부가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다 보여주는 친절함 대신 적절히 보여주고 끊어버리는 편집을 차용했다. 이는 신선함과 동시에 캐릭터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카센타> 스틸컷


우리 인생의 축소판인 카센타는 선과 악,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 같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어쩌면 남의 마음에 못 받으면서 내 양심은 괜찮다고 기름칠하고 있을지 모른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현실적인 픽션이다. 부부로 분한 박용우 조은지의 케미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쿵작이 잘 맞는 부부는 오로지 상황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생계를 위해 가게 앞 도로에 못을 박아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소재는 슬프면서도 재치 있다. 왜냐고? 파리만 날리는 카센타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 만든 자작극이 어이없으면서도 통하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도 문제 돈이 없어도 문제다. 부자면 모두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이라 본인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일을지 영화는 질문과 동시에 답을 구할 수 있는 웰메이드 블랙코미디다.



평점: ★★★★☆

한 줄 평: 내 인생의 구멍을 남 인생의 구멍으로 메우지 말것!




매거진의 이전글 <러브 앳>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