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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27. 2019

<러브 앳>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익숙해지는 관계를 쇄신하는 판타지 영화

러브 앳, Mon inconnue, Love at Second Sight, 2019, 위고 젤랭

영화 <러브 앳>은 익숙해지는 관계를 쇄신하는 판타지 영화다. 흔히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이라고 한다. 불붙듯 사랑이 시작되었다가 3년이 지나면 서서히 식어버린다. 한국에서는 정으로 산다고 하고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로 오랜 부부를 정의해왔다. 이유야 어쨌거나 오래된 부부는 둘 사이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끈끈함이 존재한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자고 나니 평행세계, 다시 돌아갈래

<러브 앳> 스틸컷

소설가를 꿈꾸던 라파엘(프랑수아 시빌)은 운명적으로 올리비아(조세핀 자피)와 사랑에 빠진다. 고등학교 때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며 결혼해 골인했다. 자신과 아내가 주인공인 SF 소설의 성공으로 에펠탑이 보이는 전망 좋은 집까지 장만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매일이 공허하다. 좋아하는 피아노도 포기하고 라파엘을 뒷바라지했는데 얼굴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매일 바쁜 스케줄 때문에 본체만체하고 사랑도 식은 것 같아 조바심 난다. 어떻게든 마음을 되돌려보려 했지만 남편의 소설을 읽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소설 속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만취 상태가 되어 들어온 라파엘, 다음날 눈 떠 보니 뭔가 좀 다르다. 아내는 온데간데없고 좁아터진 집구석이 낯설다. 강연하러 간 학교에서 이상한 일들만 겪는다. 뭐라고?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평범한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라고? 믿을 수 없는 라파엘은 이 꿈에서 깨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평행세계에 들어온 자신을 인정하고야 만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공한 올리비아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실망한 라파엘은 어떻게든 올리비아와 다시 사랑에 빠져 원래 위치로 돌아갈 궁리 중이다. 과연 우리 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웃음과 감동의 프랑스식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앳> 스틸컷

영화 <러브 앳>은 프랑스식 유머가 압권인 영화다. 절친한 친구로 나오는 펠릭스(벤자민 라베른헤)는 이 영화의 신 스틸러다. 혼자 늘어놓는 속사포 유머부터, 라파엘과 벌이는 좌충우돌 케미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탁구 치듯 주거니 받거니, 프랑스식 재치가 코드만 잘 맞는다면 배꼽 빠질 것이다.


달달함은 물론 평행세계라는 판타지를 가미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신비로움을 영화적으로 해석했다. 액자식 구성을 더해 평행세계에서 벌어지는 전혀 다른 삶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이는 우리가 영화라는 환상을 쫓는 이유가 된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이나마 누군가의 삶을 경험하는 영화의 판타지를 충실히 구현한다.

<러브 앳> 스틸컷

라파엘은 성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주변의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내 꿈이 소중할수록 상대방의 꿈도 소중하다. 사랑은 함께 하는 일이지 누구를 위한 희생이 아니다. 때문에 평행세계에서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게 아니라. 현재 행복하다면 꿈은 이미 이룬 거나 진배없다고 다독인다. 그래서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응원받을 일이다. 설사 잘 안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밑거름으로 단단히 쌓인다. 어떤 인생도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재능은 어디서라도 빛을 발한다.


영화 <러브 앳>은 고등학교 때 만나 결혼한 10년 차 부부가 소원해진 관계를 재정비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연인, 부부가 함께 보면 좋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보내기에도 제격이다. CGV 단독 개봉.




평점: ★★☆

한 줄 평: 크리스마스 겨냥하는 달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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