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는 배우 이영애의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집념과 복수가 느껴지는 속도감 느껴지는 스릴러다. 그동안 광고에서 보여준 우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버리고 갯벌에서 뒹굴어 여기저기 상처 난 거친 모습이 오프닝을 장식한다.
정연(이영애)은 6년 전 아들 윤수를 잃어버렸다. 명국(박해준)은 멀쩡히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전국 팔도를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어디에도 윤수는 없다. 윤수를 잃어버리고 부부의 일상은 그야말로 파탄 그 자체가 되었다. 윤수를 돌보며 힘들었던 때 잠시 들었던 생각 때문에 정연은 더 괴롭다.
설상가상으로 명국은 윤수를 봤다는 제보에 급하게 차를 몰다가 사고사(事故死) 한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정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윤수의 인상착의와 몸에 있는 화상 자국까지 똑같다는 낯선 제보에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곳은 바닷가 외딴 낚시터였다. 이곳은 경찰이자 마을의 포식자 ‘홍경장(유재명)'이 꽉 잡고 있는 이상한 마을이다. 아이를 찾아왔다는 정연의 부름에 마을 사람들은 본 적 없다면 내빼기 일쑤다. 정연은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낚시터 주변을 배회한다.
홍경장은 공권력을 들이대며 뒷돈을 챙기기 위해 아이들의 노동착취를 눈감아 주고 있었다. 홍경장처럼 여러 얼굴을 하고 있는 선량한 악인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는 경찰이지만 사냥을 취미로 삼을 만큼 짜릿한 손맛을 기억하는 잔혹한 본성을 지닌 인간이다. 노루 사냥에 나섰을 때, 총에 맞은 새끼 노루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 노루까지 잔인하게 죽이며 피를 봐야 만족하는 사람이다. 또한 지명수배자나 전과자 등 신분을 들켜서는 안 되는 자들의 약점을 착취하는 악인이다. 이 착취는 또 다른 착취로 이어지며 가장 아래 힘없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나쁜 존재다.
영화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동 실종을 소재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섬에서 노예처럼 부려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촉구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으며 괜한 오해 살까 봐 봤어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하기 십상이다. 한 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되었을 텐데 안타까운 상황은 아동 실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버려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잃어버린 사연의 승현(이원근)을 굳이 들여놓은 이유다. 희미해져가는 관심을 환기하고 희망을 불러오는 일환이다. 아무도 민수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을 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진 김순경(서현우)의 태도는 소극적이지만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큰 반향이 되었다.
바다는 의외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만조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간조일 때 물이 빠지면 바닥을 드러낸다. 잔잔하던 바다는 파도가 치면 어느 것도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집어삼키기도 한다. 어쩌면 더 한 진실을 저 밑 뻘에 파묻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바다의 이중적인 모습처럼 마을 사람들은 공공연한 비밀을 침묵한 채 인간성을 저버렸다.
그러나 부패한 공권력이 왕국처럼 도시라고 있는 외딴 마을의 진실은 오래갈 수 없었다. 진실은 언제나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복수극이라는 다소 무서운 소재를 통해 스릴과 공포, 불편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 방법이 다소 매끄럽지 않고, 과장된 면이 아쉽기는 하지만 확실히 아동 실종의 비극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관심 끌기는 성공했다. 손안에 작은 세상 핸드폰을 보느라 눈과 귀를 닫지 말고, 세상을 향한 눈과 귀를 열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아직 늦은 것도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평점: ★★★
한 줄 평: 사실 이영애 모델에서 배우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