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신파와 웃음 사이에서 서 있는 영화다.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감동과 슬픈 이야기는 아직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소재다.
영화는 200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독거노인 말순(나문희)에게 난데없이 우리 할머니라고 나타난 아이는 등에 갓난쟁이를 업고 왔다. 큰 아이 이름은 공주(김수안), 등에 업힌 아이는 진주다. 공주와 진주,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이름이라며 말순은 중얼댄다. 공주와 진주를 내칠 수 없는 말순은 함께 살기로 한다.
두 아이와 할머니가 살아가는 조손가정은 시작부터가 험난하다. 분유와 기저귀를 사지 못해 사은품을 축낸다. 자수 놓은 손수건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를 위해 속 깊은 손녀는 알아서 척척 집안일을 거드는 애어른이다. 말순도 말은 퉁명스럽게 하지만 손주사랑이 깊다. 둘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행동한다. 그런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가난하지만 웃음꽃 피는 조손가정에 악재가 시작된다. 나이가 들어 깜박깜박한다고만 생각했지 위태로운 그림자가 될지 몰랐던 말순. 점차 쇠락해져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채 두 아이가 걱정된다.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드디어 눈물샘 자극하는 슬픈 장면 모음집이 진가를 발휘한다. 실제로 극장에는 눈물 콧물 훔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영화는 웃겼다 울렸다를 반복하는 한국형 신파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한국 영화에서 신파는 단골 소재이며, 천만 영화의 공식도 단짠단짠 구조가 많다. 초반은 코미디로 갔다가 중후반부 눈물샘을 자극하는 형태다. <감쪽같은 그녀>에서는 후반부 클라이막스를 위해 초반 공주의 반 친구들을 배치해 귀엽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공주를 좋아하는 우람(임한빈), 공주를 시기하는 황숙(강보경)은 빼놓을 수 없는 신 스틸러다. 거기에 사회복지사인 동광(고규필)과 공주의 담임선생님을 맡은 천우희의 스토리도 슬쩍 끼워 넣어 재미를 더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70대, 10대 나문희와 김수안의 케미스트리도 관전 포인트다. 70대의 나이 듦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문희의 연륜과 <부산행>부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김수안의 호흡이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생사도 모르던 두 사람이 차이를 극복하고 가족이 되는 감동 이야기다. 서툰 가족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있어 매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또한 혈연관계만 의미하는 가족만이 정답이 아님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족이란 어려운 걸 나누고 부족한 건 도와주는 사이임을 공주가 쓴 '삽살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조손가족, 한 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동성 가족, 1인 가족 등등. 사회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해하는 창(窓)이 <감쪽같은 그녀>다. 영화는 열악한 조손가정을 상당 부분을 할애해 보여준다. 편견을 깨트리고 복지사각지대의 조손가정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대한민국은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었고, 요즘은 핵가족도 무너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인식 변화, 사회적 대안도 필요하다. 감쪽같아 보이지만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평점: ★★☆
한 줄 평: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