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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2. 2019

<라스트 크리스마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반전

라스트 크리스마스, Last Christmas, 2019, 폴 페이그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찾아오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기대했다면 살짝 실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와 달랐다고 실망할 건 아니다. 여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유지되고, 조지 마이클의 OST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눈썹까지 연기하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사랑스러움과 헨리 골딩의 의뭉스러움까지 영화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크리스마스에는 유독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은 기대감에 들뜬다. 지나간 사랑과 우연히 만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기묘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대. 종교가 없더라도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따스함과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되는 일 하나 없는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에게는 남 이야기다. 가수를 꿈꾸지만 오디션마다 떨어지고, 연중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상점에서 엘프로 불리는 점원이다. 아직 독립도 못하고 엄마에게 얹어 사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은 자포자기 신세, 따분하고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 스틸컷

그러던 어느 날, 위를 쳐다보는 행동하는 남자 톰(헨리 골딩)과 만나 특별한 하루를 보낸다. 전혀 모르던 골목길을 탐방하고, 비밀정원을 산책하며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런던 구석구석을 알아간다. 데이트 신청도 없고, 핸드폰도 없어 우연히 만날 수밖에 없는 남자와 서툰 사랑을 쌓아간다. 마치 케이트에게만 배달된 산타의 선물 같은 남자가 바로 톰이다. 


영화는 조지 마이클의 신봉자인 케이트를 통해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2016년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을 애도하면서도 현재 영국의 사회 문제까지 껴안는다. 실제로 조지 마이클의 ‘라스트 크리스마스'에 영감받아 제작되었으며(첫 소절을 그대로 직역하면 된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 있는 폴 페이크 감독이 만든 신작이다. 이 영화를 위해 케이트의 엄마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은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 런던 억양을 버리고 연기하는 유고슬라비아 억양도 흥미롭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브렉시트로 양쪽으로 나뉜 영국의 모습까지 담으며 이해와 오해를 통한 성장까지 포용한다. 크리스마스는 가장 낮은 자를 위해 세상에 온 예수의 탄생일이자 가장 따스한 날 중 하나다.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향해가는 방향성은 물론 이민자, 노숙자, 장애인, 퀴어 등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잘 모르던 세상을 비춘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속에는 진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다양성에 관한 영화다.


때문에 사랑 가득한 크리스마스에 서로 돕고 함께 하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크든 작든 서로를 도울 때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크리스마스 본질에 충실히 다가간다. 성탄절에 찾아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손색없는 영화다.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 스틸컷

매일매일의 행동이 모여 자신을 만든다는 진실을 톰을 통해 들려준다. 우리는 아래에서 핸드폰을 보느라 위를 보는 방법을 잊었다. 극중 톰은 “위를 봐요”라는 말로 케이트를 독려한다. 시선을 돌려 다양성의 안경을 낄 때 잘 보이지 않던 것까지 보이는 마법이 찾아온다. 좀 더 넓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어둡던 주변은 환히 빛날 것이다.





평점: ★★★

한 줄 평: 에밀리아 클라크 X 헨리 골딩 = 어쩌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안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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