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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4. 2019

<영화로운 나날> 당신의 영화로운 날은 언제인가요?

영화로운 나날, Film Adventure, 2019, 이상덕



<영화로운 나날>은 영화가 겪은 기묘한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배우 영화와 제목의 영화가 같은 단어다. 꿈과 판타지가 가득한 영화(film)와 영화(주인공)의 마법 같은 하루가 겹치면서 이중적인 의미가 잘 어울린다.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연출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이상덕 감독은 <여자들>에 이어 3년여 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장편 영화지만 단편 영화를 이어 붙인 듯 에피소드만의 부제가 있다. ‘때로는 혼자 있지만 그대로 너와 같이 있는 것 같다’라는 극중 대사와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로운 나날>은 한 남자가 길 위를 떠나는 로드무비이자 기묘한 일을 겪는 판타지 장르이면서, 사랑 이야기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착각도 든다. 반복되는 지루한 현실 속에서 기적처럼 찾은 판타지를 담았다.


평범하게 살아온 영화 (조현철)은 배우를 꿈꾼다. 사실 배우라고 하기도 뭐 하다. 출연한 영화 GV에 초대받지만  무명배우에 가깝다. 하지만 특별한 과학 선생 아현(김아현)과 2년째 연인이다. 때로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부부처럼 알콩달콩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행복했던 나날들만 가득할 일상에 먹구름이 낀다. 사소한 말다툼이 커져 사이가 틀어진다. 급기야 영화는 집에서 쫓겨나고,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 무작정 길을 떠나게 된다.




기묘한 하루, 우연히 쌓아올린 필연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처음 만난 사람은 아직 배우의 꿈을 꾸고 있는 대학 선배 석호(전석호)다. 그는 영화보다 연기 철학이 깊은 선배답게 다짜고짜 엉뚱한 제안을 한다. 자신만의 개똥철학이 있는 기피 대상 1호다. 때문에 영화는 기묘한 상황에 빠진다. 자기 대신 여자 친구에게 진실을 고백해 달라는 것. 선배의 애인 앞에서 영화는 석호가 되어 메서드 연기를 펼친다. ‘어라. 내가 지금 석호형으로 보이는 건가?’ 아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석호 형 애인에게 대신해버렸다.


어리둥절함도 잠시 영화는 버스에서 누나 혜옥(서영화)를 만난다. 누나는 안 그래도 너를 찾아가려 했다면서 같이 장례식에 가자고 한다. 어릴 때 종종 놀러 간 할머니의 집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도 기묘한 일은 일어난다. 할머니의 영혼과 만나 신바람 나게 흔들다 누나에게 걸렸다. 너 혼자 여기서 뭐 하냐는 질문에 할머니와 춤췄다고 말하지만. 누나는 제발 누나 앞에서는 연기하지 말라며 꾸짖기만 한다. 영화는 이 상황 자체가 이상하기만 하다. 영화는 잠시 동안이지만 지금 이 순간 자체를 즐겼고 그 자체로 행복했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혼자 올라가려 중 이상한 무리와 마주친다. 갑자기 영화 촬영장으로 변신한 동네. 마침 배우가 펑크 내었다며 다짜고짜 캐스팅을 제안한다. 영화는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자신을 알아본 감독과 스태프, 천만 배우라고 치켜세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배역을 맡는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나 중요한 역할인 점쟁이 캐릭터를 혼신의 힘으로 연기한다. 영화는 잊고 있던 무엇이 가슴속에서 꿈틀 된다. 이 기분, 퍽 나쁘지만은 않았다. 촬영을 마무리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갑자기 상대 배우였던 태경(이태경)이 따라온다. 영화는 태경을 처음 봤지만, 태경은 영화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과거 중국에서 함께 연극 무대에 섰다는 것이다.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영화가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었다. ‘깊이와 무게를 혼동하지 말라’. 영화는 잊었던 과거를 넌지시 떠올린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영화로운 나날>은 영화에 대한 열정도 사랑에 대한 정열도 식어버린 한 남자를 통해 일상을 되돌아본다. 처음의 설렘은 곧 익숙함이 되어 버리고, 변했거나 사라진 무언가를 다시 떠올려볼 기회를 제공한다. 본질은 그대로지만 늘 변화를 꿈꾸는 확장된 성장. 영화가 끝난 후 마음속에 곱게 접어 두었던 무언가가 꿈틀거릴지도 모른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 우리 모두에게 영화의 하루가 필요한 순간이다.




평점: ★★★☆

한 줄 평:  영화의 영화로운 일상, 그리고 미래를 늘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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