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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4. 2019

<매리> 300년의 저주를 품은 범선, 무슨일이..

매리,Mary, 2019, 마이클 고이


영화 <매리>는 망망대해, 배라는 폐쇄적인 공간과 동양의 원한이라는 공포가 만난 영화다. 미스터리한 일들은 알 수 없는 존재로 더욱 커지고 저주에 걸려든 사람들이 벌이는 분투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된다.



배에 갇힌 원혼과의 사투

영화 <매리> 스틸컷


관람객을 대상으로 레저 투어를  하는 ‘데이비드(게리 올드만)’는 이제 자신만의 배를 갖고 싶다. 그렇게 자신의 배를 찾아 헤매던 중 경매장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막내딸(클로이 페린)과 이름이 같은 ‘매리’라는 배를 사게 된다. 아내 ‘사라(에밀리 모티머)’는 기분 나쁜 낡은 범선을 무리하게 산 남편이 원망스럽지만 한 수 접기로 했다.


밝은 미래를 꿈꾸는 데이비드는 배를 수리해 출항한다. 두 딸과 선원들을 태우고 첫 항해를 나섰지만  이틀 만에 위기를 맞는다.


6월 23일 안정적인 배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막내딸은 이상한 그림을 그리지 않나 선원 하나는 데이비드를 해치려고 했다. 뭔가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첫째 딸 린제이(스테파니 스콧)의 남자친구지만 어쩔 수 없이 바하마 아바코 제도에 내려주고 가기로 결정한다.


그 이후 알 수 없는 일은 계속되었다. 배에 또 다른 존재가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물론, 막내딸의 이상행동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또 다른 선원의 위협적인 행동에 배 안은 그야말로 빠져나갈 수 없는 열린 공간이 되어 버렸다. 배를 떠나면 바다 위를 떠돌아야 하고, 육지까지는 너무 멀리 온 탓에 돌아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원을 유혹하는 사이렌 신화 모티브

영화 <매리> 스틸컷


영화 <매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Siren)’을 모티브로 한다. 반인반수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하는 마녀다. 그리스인들은 사이렌은 악마고 배를 조정한다고 믿었다. 영화에서는 18세기 마녀들이 아이들을 데려갔던 전설로 재해석했다.


사이렌의 저주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바다로 불러 모았고, 실종된 사람들은 늘어갔다. 사이렌 이름의 유례는 1819년 프랑스의 발명가가 위험에 빠지게 하는 목소리를 담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장치에 착안해 대중화되었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로고도 사이렌을 변형한 것이다. 사이렌을 콘셉트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을 보면 사이렌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유혹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매리 호는 300여 년 전 얽힌 원한으로 가득 찬 배다. 그리스인들은 악마가 변장해 배를 조정한다고까지 믿었다. 배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사이렌 흉상은 이 배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배를 조정하는 실질적인 존재다. 벌써 세 차례, 매리 호에 탑승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버뮤다로 끌려가게 된다.


영화 <매리> 스틸컷

영화는 사이렌 신화와 버뮤다 지대를 결합해 미스테리함을 극대화한다. 매리 호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를 출발해 버뮤다를 지나는 항로로 계획되어 있다. 데이비드는 매리호에 모든 것은 건다. 하지만 버뮤다 지대는 지난 500년간 선박, 항공기 등 수 백건의 실종사고가 잦았다. 일명 버뮤다 삼각지대로 불리는 미스터리한 곳이다. 이곳을 통과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매리 호는 악령이 깃든 배로 <컨저링>의 저주받은 집, <애나벨>의 저주받은 인형처럼 배를 숙주로 삼고 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배는 사방이 뚫려 있지만 어디로도 도망할 수 없는 갇힌 공간이다.  폐쇄적인 공간의 한계, 열린 공간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배에 얽힌 미스터리가 하나씩 밝혀지며 바다로 배를 불어들인 사이렌의 저주가 되살아난다.



영화 <매리> 스틸컷

<매리>는 게리 올드먼과 에밀리 모티머가 열연한 가족공포드라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출연에도 미스터리하고 섬뜩한 존재를 집, 인형, 사람이 아닌 배에 깃들었다는 신선한 소재를  살리지 못해 다소 아쉽다. 게리 올드만의 이름값은 얼마 전 실망한 영화 <행맨>을 떠오르게 한다. 알 파치노의 이름값이 아까운 영화였기 때문이다. 결말은 시즌 2가 필요한 궁금증이 가득한 미드 같다.



평점: ★☆

한 줄 평: 무슨 영화가..게리 올드만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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