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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22. 2019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죽음은 끝이 아니야.”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가족은 뭘까? 가족은 힘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의 70세 생일날이 100세 어머니의 장례식과 겹치면서 벌어지는 가족 이야기를 따른다. 빅 엔젤은 칠순과 어머니 장례식으로 일가친척들을 두 번 오라 할 수 없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바로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미루기로 한 것. 이로써 한날한시에 생일과 장례식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기념식이 함께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멕시코 가족 이야기를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엮어냈다. 무려 4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는 뒷면의 가계도가 무척이나 도움이 될 만큼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다. 마치 생소한 북유럽 이야기를 한국에 알린 《오베라는 남자》의 멕시코 버전을 보는 듯 시니컬한 웃음과 촌철살인 메시지가 감동과 조화를 이룬다.


두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유쾌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부분이 닮았다. 장례식과 시한부라는 소재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분위가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만 아니라, 결코 어두운 미래가 아님을 말이다. 작가는 형의 죽음을 통해 구상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 한층 더 감정이입을 부추긴다. 죽음을 대하는 멕시칸의 자세를 소설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영화 <코코>처럼 말이다.


또한, 죽음을 앞둔 노인이 세상에 날리는 거침없는 행동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재를 즐기고 주변의 사람과 가족을 사랑하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빅 엔젤의 행동과 언행 하나하나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니야.”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멕시칸이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빅 엔젤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전달받기 충분했다. 이는 최근 멕시코를 향해 장벽을 세운 트럼프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들의 문화는 죽지 않았다고, 함께 어울려사는 게 인생임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경계'에 대한 소설이다. 삶과 죽음, 미국과 멕시코, 생일과 장례식의 경계 말이다. 경계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선이다. 이쪽과 저쪽, 너와 나를 나누는 것이다. 경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하는 삶을 들여다보는 성장소설이면서 가족소설이다.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떠들썩한 빅 엔젤네 가족 이야기는 멀리 한국 독자들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인생은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생일날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당신의 인생에도 드라마틱 한 선물이 배달될지 모른다. 우선은 이 책과 함께할 시간부터 시작이다. 따뜻한 성탄절 이웃과 나누기 좋은 책 선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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