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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1. 2018

<업그레이드> 21세기형 호러, 저예산 영화의 쾌거!

© 업그레이드 / 리 워넬



말로만 듣던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의 최고 인기 영화 <업그레이드>를 극장 관람했습니다. 부천영화제에서 유독 올해는 많은 영화가 개봉해 반가웠는데요. 그 소문대로 대단한 영화 맞네요. 

영화적 상상력을 저예산으로 최대한 뽑아내는 가성비 액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어느 호러 영화보다도 무서웠습니다. 호러 명가 '블룸 하우스'의 첫 SF 액션 영화이면서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한 영리한 영화입니다.



© 업그레이드 / 리 워넬


감독이자 각본가, 배우기도 한 '리 워넬'은 일찍이 <쏘우>의 원안, 각본, 주연까지 맡으며 다재다능함을 뽐냈고, 계속 각본가로 참여하다 <인시디어스>에서 또 한 번 주연을 맡아 연기했는데요. 이번 영화 <업그레이드> 또한 기획, 각본, 연출을 한 번에 맡으며 천재 감독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음모의 음모의 음모,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선사하는 신박한 쾌감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 업그레이드 / 흡사 바퀴벌레처럼 생긴 작은 기계가 인간을 잠식한다고?!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 '그레이(로건 마샬 그린)'은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진 '에론 킨(해리슨 길벗슨)'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스템이란 최첨단 두뇌 시스템을 척추에 연결, 다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죠.

제안을 수락한 그레이는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고군분투하게 되는데요. 1, 4kg밖에 나가지 않지만 우리 몸의 컨트롤타워인 뇌를 잠식한 스템은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서운 설정이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SF 영화에서 보여준,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가 생각나는 80년대 설정이지만 시대에 맞에 AI형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야말로 기계의 힘을 빌려 업그레이드된 초인간, 호모 데우스라 할만하죠.




이제 그레이에게만 들리는 스템의 목소리에 따라 범인을 추적하고, 제거하며, 경찰도 따돌립니다.  기계가 달린 육체는 인간과 닮을수록 특정 불쾌감이 찾아오는 언캐니 밸리가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는 스템의 능력치에 그레이의 정신이 따라가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고, 둘은 충돌하게 됩니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막연한 두려움을 소재로 합니다. 자율주행차 에러로 인한 사고, 드론 촬영으로 예방하는 범죄, 인공지능에게 빼앗기는 일자리, 기계에 잠식당하는 삶,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도피처 VR, 아날로그의 향수 등 근미래로 설정해 몰입도와 사실성을 높였습니다.




혹시 미래에 스템 같은 기술이 식물인간, 사지마비 환자, 살인 병기 군인, 킬러 등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까, 아니 이미 부호들은 쉬쉬하며 정부의 허락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지 관람 후 내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업그레이드>는 사지마비 환자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육체의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설정에 기대고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던지는 화두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날 며칠이고 도박이나 마약에 빠진 것 마냥 가상현실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짠한공포심이 들었습니다. 그레이가 해커에게 저 사람들은 뭐 하는 거냐고 묻자 'VR 세상이  현실보다 덜 아프니까'라고 답하는 장면은 영화의 메시지를 담은 묵시록이라 할만합니다.


© 유발 하라리의 저서들은 철학적, 인문학적 갈증을 풀어 내줄 터


이에 대한 철학적이고 깊은 성찰은 '유발 하라리' 교수가 쓴 책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싶네요. 참고로 쿠키영상은 없지만, 15세 이상 관람가가 무색할 만큼 잔인한 유혈낭자묘사와 폭력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못 알아볼 뻔한 <겟 아웃>에서 웃으면서 눈물 흘리는 아줌마 역의  '베티 가브리엘'이 형사로 나와 쫄깃함을 더 해 줍니다.



평점 : ★★★★☆
한 줄 평: 미래형 호러의 가능성! 귀신에게 빙의되는 게 아니라, 기계에게 영혼을 잠식당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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