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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23. 2018

<린 온 피트> 어른의 세계에 들어선 너에게

© 린 온 피트 / 앤드루 헤이



'윌리 블로틴'의 동명 소설 《린 온 피트》를 원작으로 <45년 후>감독 '앤드류 헤이'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린 온 피트>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한 소년의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입니다.

일찍이 <올 더 머니>의 '리들리 스콧'감독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찰리 플러머'는 대본을 읽자마자 내가 하겠다며 깊은 애정을 품었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요. <올 더 머니>의 재벌 3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늘진 소년 찰리의 모습이 덧씌워졌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빠와 단둘이 살던 소년의  홀로서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엄마를 느껴 본 적도 없는 찰리는 엄마 같은 고모를  늘 그리워합니다. 어느 날,  아빠뿐인 소년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 찾아오고. 갑작스러운 슬픔을  느낄새도 없이 길 위의 삶을 시작해야 하는데요. 그때 만난 말 '린 온 피트'를 의지하며 잊어보고자 하죠.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습니다. 동네  경마장에서 만난 '델(스티브 부세미)'은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며 돈벌이로 전락한 경주마의 운명을 알려줍니다.  기수 '보니(클로에 세비니)'는 경주마는 애완용이 아니라며 정주지 말라 타이릅니다. 이미 피트와 깊은 유대감을 나눈 찰리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죠.




영화는 동물과 인간의 주제로 한 영화의 클리셰를 벗어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여줍니다. 이미 일반적인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찰리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어른, 소중한 것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각박한 현실, 때론 하기 싫은 일도 견뎌야 하는 시간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뺏길 뻔하기도 하고,  쉽게 곁을 내주는 듯싶었지만 어딘지 차가운 냉기에 상처받지도 말아야했습니다.




그냥 달리는 게 좋았고, 연애하느라 바쁜 아빠를 기다리며 배부른 한 끼를 먹으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른의 삶에 막 들어선 찰리에게 세상은 잔혹한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들었는데요.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만 하는 찰리는 살기 위해 버티는 법을 배웠습니다. 

 피트와 아빠는 동일한 존재입니다. 부족한 부모지만 열다섯 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함이었고, 대화할 수 없는 동물이지만 묵묵히 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주는 버팀목이었습니다. 이제 기댈 곳 조차 없어도 찰리는 남은 길을 묵묵히 떠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Bonnie Prince Billy'의 'The World's Greatest'는 세상을 향한 선전포고 같았습니다. 이제 찰리는 인생이란  큰 산을 하나 넘었을 뿐입니다.  모험은 마음의 굳은살이 되어 단단히 새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험을 멈출 수 없습니다. 훗날  굳은살이 훈장처럼 늘어나게 될지라도 꿋꿋이 가야 하는 인생이란 전쟁처럼처럼 말이죠.



평점: ★★★
한 줄 평: 마음의 굳은살이 하나씩 쌓여갈 때, 그렇게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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