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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서치 아웃> SNS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현실 공포

by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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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SNS 범죄. 당신은 그로부터 안전한가?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이용한 신종 SNS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n번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점점 악랄해지는 디지털 범죄


영화 <서치 아웃>은 러시아에서 130여 명의 자살 피해자가 발생한 ‘블루 웨일 게임(Blue Whale challenge)’을 모티브 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의 SNS를 통해 10대들에게 매일 하나씩 과제를 부여하고 수행하게 만들어 인증샷을 보내는 게임이다. 또래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영화는 자살 게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에 맞게 각색했다.


영화 <서치 아웃> 스틸컷


처음에는 비교적 쉬웠던 미션이 점차 강도가 심해진다. 특정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게 하고 24 시간 동안 누구와도 접촉하지 말 것을 주입했다. 흰수염 고래를 몸에 새기는 등 자해를 요구하거나 급기야 자살을 유도하는 등 점입가경으로 변질되었다.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끝까지 수행하는 이유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인증하지 못한다면 나와 내 가족의 신상이 공개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만하고 싶지만 먹이사슬처럼 얽힌 관계, 강력한 협박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마치 한때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처럼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벌이는 지능형 범죄는 한 번 발 들이면 나갈 방법이 없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궁지로 몬다는 것이다. 타인의 죽음에 관여되어 있다는 두려움과 게임일 뿐이라는 비현실성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끌어들였다. 추종자들은 교주처럼 떠받들게 되고 비슷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된다.


영화는 같은 고시원에 사는 여성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란 죄책감에 준혁(김성철)은 사건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동일 아이디를 발견한다. 에레쉬키갈(Ereshkigal)이란 수메르 신화에서 등장하는 저승의 여신 이름을 딴 아이디는 인터넷 곳곳에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진위 파악을 위해 취업 준비생 준혁, 경찰 공무원 준비생 성민(이시언), 그리고 흥신소 아르바이트생 누리(허가윤)가 공조한다. 세 사람은 우리 일상의 일부인 SNS를 주목한다. 이들은 언젠가 내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내 이야기 같은 공분으로 똘똘 뭉친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든 SNS

영화 <서치 아웃> 스틸컷


스마트폰이 없이는 한순간도 버틸 수 없고, SNS 의존율이 높은 현대인을 표적으로 삼은 디지털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는 이런 SNS의 양날의 검을 주목했다. 에레쉬키갈은 마음의 틈에 파고들어 유인한 후 협박과 회유를 번갈아가며 자기 사람으로 포섭했다. 간접적으로 범죄에 가담하게 만들어 끊을 수 없는 유착을 만들어 냈다.


괴물은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고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정체를 숨긴 채 노량진 소원지기로 활동하는 준혁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준혁은 익명의 인플루언서 ‘노량진 소원지기’로 활동한다. DM으로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는 계정을 운영중이다. 스스로 선의의 계정이라 위안 삼지만 과연 그게 맞는지,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갈등한다. 영화의 준혁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유사하다.


우리는 SNS로 타인과 소통하지만 정작 가면을 쓴 채 타인이 만들어 낸 이미지만 소비할 뿐이다. SNS에서는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있을 뿐 부정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임에 갇혀 프레임 밖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SNS의 모습이 진짜라고 믿게 만들며, 좋아요 수를 위해 무리한 일들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모두가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대인 누구나 경미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사고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방어 기제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면 왜곡하고 억압하거나 부정하기에 이른다. 숨기고 싶은 기제를 본인이 자각하는 순간 도피처가 극단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 범죄가 무서운 것은 물리적으로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심리 조정만으로도 복종하게 만들거나 잠재적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 공허함을 악용한 각종 범죄가 계속되는 이유가 된다.



영화 <서치아웃> 스틸컷


진실이란,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의미가 있어 당연히 밝혀져야 하는 가치지만, 그 진실이라는 것이 때로는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늘 사건의 한 면만 볼 게 아니라 이면을 살펴 입체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왜일까라는 물음을 멈추지 말고 탐구한다면 선의의 피해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 <서치 아웃>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변두리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청춘의 의기투합이 반가웠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힘을 합쳐 연대하니 묘수가 생겼다. 각박한 세상에도 정의는 살아 있고, 연대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표적이 될 수 있다.




평점: ★★★

한 줄 평: 마치 n번방을 예측이라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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