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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같은 힘 다른 사용

짜게 먹지 말자, 염분 수치는 줄이고 물은 하루에 2L씩!

by 장혜령


한 날 한 시 같은 곳에 있던 두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번쩍이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공원에 쓰러져 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회사의 실적 압박과 가족의 멸시를 받는 가장 이누야시키(키나시 노리타케)는 "나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인간일까"라는 한숨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중년이다. 하지만 어젯밤 징후는 아침 식탁에서 벌어진다. 매일 먹던 된장국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 한 그릇을 다 들이켜고서는 방에 들어와 출근 준비를 하다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다. 아니 내 몸이 기계라고? 의문의 사건 이후 완전한 기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 편 평범한 고등학생 히로(사토 타케루)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히로는 어릴 적 다른 가정을 꾸린 아버지 탓에 홀어머니 손에서 자라왔다. 혼자 힘들게 일하며 생계를 이었으나 늘 가난했고 "행복은 늘 나를 피해가는 것 같다"라고 자포자기하던 아이였다. 그에게 돌연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생긴 것이다.


같은 능력 다른 세계관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스틸컷

영화는 외계 생명체에 납치돼 기계로 몸이 개조된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 삼아 과연 영웅과 악당의 차이를 반문하게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긴 힘(능력)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갑자기 생겨난 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죄 없는 사람이 희생된다면 어떨까. 그 힘이 불행인지 능력인지는 사용하는 이에 따라 달려있다.


두 사람은 같은 능력치 다른 세계관을 가졌다. 히로는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 불만을 품고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른다. 일가족을 잔인하게 죽이고도 살인죄는 인간에게 적용되는 법이라며, 스스로 인간이 아닌 신이라 착각하기에 이른다. 히로는 세상으로 받은 소외감을 엉뚱한 곳에 분풀이한다. 모든 불행을 갖고 태어났다는 분노는 뒤틀려 일본 전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세상을 향한 무분별한 미움으로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빌런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누야시키는 힘을 좋은 일에 쓴다. 시한부였던 탓에 삶에 대한 애착과 간절함이 컸다.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을 극적으로 살리고,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가족 안에서 소외감은 여전했다. 이에 굴복하지 않는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중년 남성은 이를 확장해 세상에 맞서고자 했다.


동양 히어로의 의미 있는 반격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스틸컷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탓에 '저런 게 가능한가'라는 장면도 디지털 휴먼 기술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은 최근 영화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고인이 된 배우나 그의 젊은 시절을 CG로 표현하는 데 많이 활용되었다. 영화에서는 이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했다. 공중전을 벌이는 신주쿠 거리는 CG가 동원돼 대미를 장식한다. 언캐니 벨리를 극복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감쪽같이 연기하는 일이 가능했다. 따라서 둘의 전투 장면은 밤 신에 국한된 것을 대낮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CG, 액션, 퍼포먼스가 화려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도 많다. 가정 소외, 중년의 위기, 학교 폭력, 부패한 언론, 마녀사냥 등 굵직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사실감을 높인다. 핸드폰, PC 모니터, TV가 모두 살인 무기가 되는 설정은 섬뜩한 미래를 보여준다. 영화 <기생수>의 기계 버전 같은 영화는 손가락 하나로 생과 사를 결정짓는다. 에너지원이 순수한 ‘물’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온수를 마시면 치명타다. 기계 인간이 화석연료나 기름, 가스가 아닌 인간처럼 물을 먹는다는 발상이 친환경적이다.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스틸컷

영화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은 그동안 꾸준히 실사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은 익숙한 할리우드 영웅들이 아니라, 머리가 희끗한 중년과 고등학생이란 설정에 도전했다. 물론 부족한 부분과 매워지지 않는 허점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동양 히어로의 탄생이 싫지만은 않다. 세상에는 미국 히어로만 있는 게 아니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동양 히어로의 진일보를 꿈꿔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에서 두드러지는 만화 실사화 스타일을 안다면 좋아할 영화다. 하루아침에 기계 인간이 되어 겪는 일은 상상력의 극치를 달린다. 좀비 영화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 엠 어 히어로> 사토 신스케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원작 만화 실사화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감독으로 이번에는 [간츠] 오쿠 히로야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평점: ★★★

한 줄 평: 짜게 먹지 말자, 염분 수치는 줄이고 물은 하루에 2L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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