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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02. 2020

<고스트 오브 워>벗어날 수 없는 속죄의 무한지옥

'알 포인트'와 '나비효과'의 그 어디쯤

<고스트 오브 워>는 <나비효과>로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안겨 준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다섯 군인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다룬 밀리터리 스릴러다. 베트남 전쟁의 아픔과 공포를 다룬 <알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시놉시스다. 하지만 <알 포인트>의 리메이크 버전이라 할만한 기시감을 지나면, 결말까지 남은 30여 분 동안 휘몰아치는 반전이 후두부를 강타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저택에 도착한 크리스(브렌튼 스웨이츠)와 부대원들은 알 수 없는 기운을 감지한다. 안락한 침실을 놔두고 밖에 나와 자거나 충분한 식량을 마다하고 서둘러 빠져나가기 바쁜 교대 부대원들이 이해가지 않는다. 바삐 가는 이유를 물어봐도 대충 둘러대고 떠나기 바쁘다. 수상쩍은 교대 부대를 뒤로하고 저택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저택을 둘러보던 중 그들을 떠나려는 이유를 직감한다. 기분 나쁜 소리는 계속되고, 알 수 없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저택 어딘가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낌새다. 주술을 행한 듯한 흔적과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나치군이 도착해 피할 수 없는 전투로 부상을 입게 된다.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부대원들은 정신적으로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시달리고 신체적으로는 나치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위험을 직감한 크리스는 교대가 오기 전 진지를 탈출하고자 부대원을 이끌고 길을 나선다. 훗날 군법에 회부될 수 있겠으나 명령을 따르다간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워질게 뻔했다. 하지만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음을 깨닫는다. 벗어날 수 없는 저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온 부대원들은 집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마지막 장이 없는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에는 저택에 살던 가족에게 무슨 일을 생겼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저택의 주인인 헬위그 가족은 나치의 횡포에 맞서 유태인을 숨겨 주다 발각돼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잔인하게 살해된 가족의 영혼은 억울함을 풀지 못한 가족의 한이 서린 늪이었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저주에 걸린 집인 셈이다. 과연 그들은 저주를 풀고 저택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전쟁의 참상이 만들어 낸 끔찍한 진실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컷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을 배경으로 인간으로서 지키지 못한 윤리성 고발에 나선다. 더불어 파병 군인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도 강조한다. 감독은 영화 기획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들의 높은 자살률 이슈를 듣고 영감을 얻었노라고 밝혔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살인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그 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에 자세히 반영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 퇴역 군인 트래비스를 통해 극한의 전쟁 후유증을 묘사하며 70년대 만연한 폭력을 묘사한 영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전쟁의 숨은 얼굴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고스트 오브 워>는 참전 군인이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를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아프간 전쟁의 연결고리를 두어 전쟁 트라우마를 SF 적으로 되짚었다. 감독의 전작 <나비효과>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에 비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으나, 클리셰를 일부러 차용해 후반 반전에 한꺼번에 쏠리도록 했다. 초반부의 점프 스퀘어나 혼령들이 튀어나오는 오컬트적 분위기로 몰아넣고, 슬프고도 기이한 결말로 몇 배의 충격을 유도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신의를 묻고 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눈 감고 묵인한 방관자들의 죄책감에 따끔한 충고를 날린다. 다시 한번 <나비효과>에 버금가는 반전에 빠져보길 바란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어리석은 일, 전쟁의 비극과 상흔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점: ★★☆

한 줄 평: 벗어나려 하면 할 수록 더 깊이 빠지는 무한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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