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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24. 2020

<원더 우먼 1984> 1984년 무슨일이 있었나

<원더 우먼>의 성공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 <원더 우먼 1984>는 1차 세계대전의 배경에서 66년을 점프하여 1984년으로 넘어갔다. 전편에서 다이애나가 원더 우먼으로 거듭나는 정체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본격적인 활약상을 담으며 인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1984년은 전쟁 이후 자신감을 얻은 미국의 과시욕, 과잉된 문화와 풍족한 경제 상황이던 때다. 따라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패션, 음악,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있다.    


공짜 소원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원더 우먼 1984> 스틸

1984년 워싱턴 D.C. 다이애나(갤 가돗)는 인류학자 겸 고고학자로 스미스소니언에서 일하고 있다. 간간이 도움이 필요할 때 나타나며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고독한 슈퍼 히어로다. 한편, 새로 온 보석학자 바바라(크리스틴 위그)와 친해지며 사심 없는 대화를 나누던 중 정체불명의 황수정을 마주한다. 별 가치 없는 돌덩이뿐이라던 바바라의 말과 다르게 황수정에는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라틴어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고 장난삼아 소원을 말했던 게 화근. 실제로 소원은 현실이 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가중된다.     


한편, 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동료들과 다르게 나이를 먹지 않고 외롭게 살아가던 다이애나 앞에 기적적으로 스티브가 나타난다. 스티브는 이번 편에서도 다이애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전편에서 전쟁에 나간 늠름한 군인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1984년의 신문물을 처음 마주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다. 다이애나는 1984년이 처음인 스티브를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만 한다.    

<원더 우먼 1984> 스틸

믿을 수 없는 행복함도 잠시, 황수정의 비밀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 바바라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이애나처럼 바바라도 소원이 이루어진 것. 거기에 아메리칸드림의 표상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까지 가세하며 위기가 가중된다.    


이번 영화의 숙적은 두 명이다. 치타로 업그레이드되는 바바라 미네르바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불물 가리지 않는 사기꾼 맥스 로드는 원더 우먼의 능력치를 시험하게 만든다. 절대적인 힘을 분산시킨 만큼 힘과 노력이 2배로 든다. 거기에 복병이 있었으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까지 할애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다이애나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지만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다.    


풍요의 시대, 탐욕이 자란다    

<원더 우먼 1984> 스틸

그렇다면 왜 1984년일까. 최근 몇 년 새 문화 전반에 불어온 레트로 열풍은 시들지 않고 있다. <원더 우먼 1984>는 최근 전 세계적인 전염병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복고 향수와 맞아떨어진다. 패티 젠킨스 감독의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노스탤지어를 그리워하며 경제. 문화 전성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의 키포인트는 전편에서 다이애나와 작전을 펼치다 연인이 된 스티브(크리스 파인)의 등장이다. 그는 위기로부터 다이애나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했던 스티브를 살려내어 어쩌면 빌런보다도 위험한 최대 약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영화의 주제는 언제나 그렇듯 '진실'과 '사랑'이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타적인 인류애를 보여주는 원더 우먼은 탐욕에 빠진 인류를 갱생으로 이끈다.     


따라서 <원더 우먼 1984>는 단순한 히어로 무비가 아니다. '더 많이, 더 높이' 가져도 된다고 부추기는 목소리 앞에서 늘 주목받지 못하고 외톨이로 산 바바라와 '다 누려라, 다 가져라'를 외치며 외적인 성공이 최고라 생각하는 맥스 로드는 1984년이 아닌, 2020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상이다. 탐욕을 비추는 매개체만 달라졌을 뿐, 오늘도 SNS에 쏟아내는 과시욕과 타인을 향한 선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더 우먼 1984> 스틸

연말 특수가 사라진 요즘 모처럼 침체된 극장가를 겨냥한 유일한 블록버스터다. 멜로, 모험, 판타지, 가족 영화로 다채로운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를 넘어 앞이 보이지 않는 극장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풍성할뿐더러, 코로나 블루를 위로해 줄 메시지는 따듯함을 넘어 훈훈하기까지 하다.


평점: ★★★★

한 줄 평: 내 코로나블루 가져가! 린다 카터까지 훈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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