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Oct 22. 2018

<호밀밭의 반항아> '호밀밭의 파수꾼'이 나오기까지

ⓒ 호밀밭의 반항아 / 대니 스트롱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인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나오기까지를 그렸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삶은 소설 직후 은둔생활로 이어지며,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그 신비한 함은 지금까지도  가치를 인정받아 소설의 판매 부수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 호밀밭의 반항아 / J.D. 샐린저 역 '니콜라스 홀트'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평생을 글쓰기에 바칠 수 있겠나?



영화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를 작가 자신으로 치부하며, 그의 방황의 청년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천재 작가의 청년 시절을 통해 문학은 어떻게 세상과 만나는 거,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글 하나가 나오기까지 고민과 수정, 작가가 만들어지지 까지를 다룬 연대기 영화입니다.  

거절에 익숙해지는 법, 그래도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뛰어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설명이 과한 이를테면 수정과 편집, 퇴고를 거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숙명, 이야기란 무엇인지, 많은 경험을 통해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 즉 치유의 글쓰기 등 글은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성장을 제시합니다.





ⓒ 호밀밭의 반항아


몇 번의 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던 '제리 샐린저(니콜라스 홀트)'는 당시 최고의 미녀 '우나 오닐(조이 도이치)'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 출판된 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게 되고, 제리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 다시 입학한 제리는 오로지 출판에만 목말라 있었던 치기 어린 청춘이었죠. 그의 갈고 닦이지 않은 원석 같은 재능을 알아봐 준 교수 '위드 베넷(케빈 스페이시)'로 인해 활보하게 되고, 캐릭터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만들어볼 것을 제안받습니다.


ⓒ 호밀밭의 반항아


생각보다 작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독립출판, 1인 출판사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출판물을 만들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저명한 잡지에 소개되거나 등단해야 하는 절차가 있었거든요. 계속된 거절과 수정 요청에 지칠 때쯤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제리의 정신세계는 파괴됩니다.


전장 속에서도 오로지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고, 전우가 죽어나가는 모습, 전쟁의 참혹함, 약혼녀의 배신 등  피폐한 정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후 병원을 오가며 재기하게 되는데요. 전쟁으로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소스를 얻었지만, 인간적으로는 망가지며 괴짜가 된 샐린저. 드디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세상의 빛을 보는 찰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 호밀밭의 반항아 / 우나 오닐 역, 조이 도이치. 정말 하얗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나 오닐'은 노벨상 작가 '유진 오닐'의 딸로 샐린저와 연인이 되지만, 훗날 '찰리 채플린'과 36살의 나이차를 극복하며 결혼, 사망할 때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찰리 채플린과의 결혼 소실을 군대에서 접한 제리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죠. 이렇듯 영화는 실존 인물이 등장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캐릭터의 복잡 미묘한 스타일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거기에 '니콜라스 홀튼'의 외적 내적 연기가 작가 '샐린저'와 소설 속 캐릭터'홀든 콜필드'와 오버랩되며 구심점으로 작용합니다. 분장을 하지 않은 니콜라스 홀튼의 맨얼굴이 살짝 낯설기도 했지만, 이렇게 잘 생겼나 싶을 정도로 빛나는 청춘의 외모를 잘 살렸네요. 계속 이런 맨얼굴로 나와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만.



ⓒ 호밀밭의 반항아

그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성공을 거둔 후 속세와 인연을 끊고 은둔생활과 명상을 즐겼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부모는 되지 못했지만 그의 소설은 다양한 소설과 영화에 영감이 되고 수많은 후계자를 만들어냈습니다. 괴짜 소설가는 영화화에 극도로 예민했고, 실제도 인간관계도 순탄치 못했죠. 영화는 그의 전기영화이기도 하지만, 괴짜 소설가의 가려진 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라는 인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는 글쓰기를 먹고사니즘으로 받아들이는 글쟁이들에게 필독 영화, J.D 샐린저를 알기 위한 입문 영화로 손색없습니다.



ⓒ 호밀밭의 반항아

'자네는 보상 없는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는가?'라는 베넷 교수가 한 질문의 답을 마지막에야 들을 수 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 때문에 쓰는지, 밥벌이가 아닌 순수한 창작의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점점 커지는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수입사에서 가장 고심했을 부분인 캐릭터 '베넷 교수'는 최근 성 추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케빈 스페이시'가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정작 그가 베일에 싸여 있어, 극장에서 살짝 놀랐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숨겨진 샐린저의 이면, 글쟁이들의 필관람무비.



매거진의 이전글 <핫 썸머 나이츠> 티모시 살라메가 다한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