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하루가 다르게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는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영화를 봤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나라 콜롬비아의 영화인데요.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머니의 바다>라는 제목으로 상영해 관객의 찬사를 얻었던 작품입니다.
<엘 마르>를 단순히 장애를 갖고 있는 모자(母子) 이야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카리브해의 자연경관, 어머니의 헌신, 섬세한 연기와 연출로 유수 영화제의 수상과 초청을 받은 <엘 마르>는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진중한 영화입니다.
한 남자를 향한 두개의 사랑
자신을 구속하는 장애에 굴복하지 않는 남자 '알베르토(마놀로 크루즈)'는 손바닥 만한 거울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어릴 적 '근육 긴장 이상' 장애판정을 받아 인공호흡기에 의지 해 침대에서 하루종일 갇혀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세상에는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 '로사(비키 에르난데스)'와 단짝 '지셀(비비아나 제르나)'이 있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복은 오래 갈리가 없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전기는 정지 일보직전이고,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점차친구사이 이상의 감정을 갖게된 알베르토에게 지셀은 가질 수 없는 희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알베르토는 감정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생 전체가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알베르토는 바다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뗄 수 없어 늘 집에만 있어야 했죠. 아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어머니는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내어 놓아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다에 놀러나갔습니다.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갖는다
바다가 너무 넓어 종이에 다그릴 수 없다는 감탄사에 어머니는 바다는 여러바다가 연결된 다 같은 바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존엄을 가진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대목이죠.
고작 바다에 가는게 버킷리스트인 남자를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고 살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로 되돌아간 아이 . 작은 틈으로 스며든 빛은 그렇데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습니다.
어머니는 바다에서 남편을 잃었지만 바다를 통해 삶을 꾸렸고, 바다에 아들을 보내주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어머니 로사에게 바다는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곳 입니다.
영화는 수려한 미장센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칩니다. 마치 꿈 속 같은 따사로운 햇살의 엘로필터는 낮 풍경에 쓰여 희망으로 부푼, 활기찬 알베르토의 심정을 상징합니다. 해가지고 전기가 없는 밤은 그레이필터를 써 시커멓게 타들어간 어머니의 심경을 표현하는 것 만 같았죠.
밤과 낮의 대조적인 미장센은 <엘 마르> 조명의 유무로 주인공의 마음을 드러내는 메타포가 됩니다. 이후 바다에 가게 된 두 사람은 코발트 블루, 에메랄드 빛의 파란 바다를 보며 자신만의 희망을 맞이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인간의 존엄은 존중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