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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05. 2021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향수병을 달래는 음식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떠나보낸 이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하던 일보다는 새로운 일에 신경을 쏟으며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베이커리는 상실의 아픔을 딛고 굳게 닫아버린 감정의 문을 열고 나갈 단단한 마음을 키우는 장소가 되어 준다. 그와 더불어 소원해진 가족, 친구와의 관계를 쇄신하는 매개가 된다.     


세계 최대의 다문화 국가인 영국에서 세계 각지의 디저트를 총망라한 베이커리가 있다면 꼭 방문해 보고 싶을 정도다. 다문화 포용력을 다지면서도 가족 간의 사랑과 티격태격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다>다.      


꿈에 그리던 런던 노팅힐에서 베이커리를 열 생각에 부푼 이자벨라(셀리 콘)는 베이커리 앞에서 사라를 기다린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던 사라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충격을 안겨 준다. 서먹해져 그저 멀리서 응원하던 엄마 미미(셀리아 아임리)와 딸 클라리사(섀넌 타벳)는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없이 이자벨라는 베이커리 운행을 할 수 없어 난감해진다. 자금 압박이 심해져 그 자리에 와인바를 하겠다는 구매자에게 팔기 일보 직전 할머니 미미, 엄마의 절친한 친구 이자벨라 그리고 클라리사는 사라의 꿈을 대신 이루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세 여성은 사라를 중심으로 만나 의기투합하지만 디저트를 만들 셰프가 없어 고민이던 중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파티셰 매튜(루퍼트 펜리 존스)가 합류하며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러나 노팅힐 주변의 베이커리와 큰 차별점이 없어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때, 이민자 손님을 만나며 독특한 콘셉트를 떠올리게 된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런던에서 고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한다. 런던에서 고향의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원하는 레시피대로 만들어주는 베이커리가 있다면 단골이 되지 않고 배기겠는가. 디저트로 세계를 여행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베이커리 '러브 사라'의 콘셉트는 어릴 적 사라가 가장 좋아했던 책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떠올렸다. 거기에 그 가게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더해지며 노팅힐의 명소로 거듭난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베이커리를 통해 세 여성은 각자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얽매였던 과거에서 벗어나 웃음을 되찾는다. 젊은 시절 유명 인사였던 미미는 은퇴 후 소원해졌던 손녀와 베이커리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거기에 괴짜 발명가 펠릭스(빌 패터슨)와 노년의 로맨스도 선보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과시한다.      


이자벨라는 서른아홉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자포자기하던 중 러브 사라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파티셰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믿어왔지만 매튜의 응원에 힘입어 밀가루 반죽으로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갈 자신감을 얻는다. 잊고 있던 파티셰의 꿈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행복을 찾아 나선다. 마지막으로 무용단에서 끼와 열정을 발산하던 클라리사는 엄마가 없는 세상을 견디지 못해 꿈마저 포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남겨준 유산 '러브 사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잠시 접어 두었던 꿈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게 된다.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영화에서 세 여성의 각기 다른 삶을 하나로 모으는 마음은 바로 '연대'였다. 이별의 고통을 겪은 세 여성이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주며 강력한 지원군으로 거듭난다.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마음을 보태고, 나누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꾸려진다.     


그리고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맛을 선사한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달콤함으로 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보상받기 그지없다.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전개 방식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힐링 영화다. 자유로운 여행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 노팅힐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각국의 디저트 향연으로 눈요기할 것들이 넘쳐흐른다. 


문득 영화에서 중요한 거점이 되는 일본의 말차 밀 크레이프 케이크를 보면서 우리나라였다면 어떤 디저트가 등장했을까 상상해봤다. 아마도 라이스 케이크인 '백설기'나 '시루떡'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엉뚱한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전해지는 행복함이 가득한 영화다. 다만 공복에는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상실과 사랑, 일, 다문화 등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있어 깊이감이 크지는 않다. 다양한 주제를 익히며 폭넓은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어쩐지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는 엘리자 슈뢰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평점: ★★☆

한 줄 평: <마이 베이커리 인 뉴욕>보다는 낫지만..                                              






















                                                                                                                                                                                                                                                                                                                                                                                                                                                                                                                          

평점: ★★☆


한 줄 평: <마이 베이커리 인 뉴욕>보다는 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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