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만 해도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창궐>. 예고편을 봤을 때의 느낌은 마치 조선판 <부산행>같다는 낯선 비주얼의 흠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귀블럭버스터란 거창한 이름만 남긴 채, 끝이 언제인지 애타게 기다렸던 영화로 기억되었습니다.
허수아비 왕 '이조(김의성)'를 내세워 실권을 장악한 '김자준(장동건)'은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닌 밤에만 활동하는 '아귀(夜鬼)'를 만들었습니다. 그 소문은 조선에 퍼져 백성과 조정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청나라에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은 그 소문을 눈으로 목격하고 충격에 휩쌓이고, 실제 야귀떼가 습격하자 궁으로 향합니다.
일단, 조선에 출몰한 좀비라는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라지 못했습니다. <부산행>에 나왔던 좀비 연기 스태프들이 재취업(?) 할 기회를 준 것은 좋았지만, 비주얼만 달랐을 뿐 그때 그분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재현되었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사극에서 좀비라는 설정이 초반 흥미를 잡아끌긴 했습니다만, 반복되고 익숙한 설정과 재미없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이내 시들어 버렸습니다.
또한 현빈 X 장동건이라는 잘생김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만남은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반감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전작<7년의 밤>에서 보여준 악인 캐릭터를 한 번 더 끌고 가려는 악함이 발현되지 않아 긴장감이 떨어지더라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굉장히 피로해지는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장동건 배우가 맡은 '김자준'캐릭터의 복식이 과연 당시에 있었을법했을까란 생각이 계속 들었고, 현빈의 날아다니는 액션과 더불어 이 영화가 정통 사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즐기면 되는 판타지 액션 사극이었습니다. (못 즐겨서 그렇지..)
그래서 현빈 배우가 맡은 이청이란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가장 화려했는데요. 청나라에서 막 돌아와서인지 복식뿐만 아니라, 말투, 사고방식 또한 영화에서 가장 자유분방했던 캐릭터입니다.
영웅적 면모를 갖춘 누가 봐도 이 영화의 해결사로 보이는 이청은 '아.. 현빈은 사극은 안되는구나..'를 또 확인해 주었습니다. 화려한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역린>이 오버랩되는 결과였네요.
그나저나 선과 악의 뚜렷한 구도는 옷 색만 봐도 얼굴 표정만 봐도 압니다. 그렇다고 긴장감 없이 대놓고 보여주다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 영화 내내 '그래서.. 언제 죽어? 언제 끝나는데?"를 말하다 지침, 결말을 뻔해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 앉아있었던 신선한 소재로 곤죽을 만든 안타까움만 연발될 뿐..
참고로 쿠키영상은 없으나, 엔딩크레딧에 故김주혁 배우의 이름이 있습니다. 이는 특별출연을 결정한 후 촬영하지 못해 배우 김태우가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용두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