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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0. 2018

<밤치기> 오! 이 성(性)스러운 영화여..

ⓒ 밤치기 / 정가영


여자 홍상수라 불리며, 한국 영화계에 독보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  감독 겸 배우 정가영. 시나리오, 연출, 감독까지 도맡은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성(性)스러운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동안 남성 주도적이었던 성(性) 문화를 뒤엎는 여성 입장의 성적 욕망 표출은 억압당해오던 여성의 자의식까지 드러냅니다. 정말 그야말로 여성의 욕망을 제대로 터트려 주는 영화네요. 물개박수 여러번 나왔던 짜릿함이 극강입니다.





이제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요. 누군가 나를 위해서,
땀 흘려 가면서  열과 성을 다해서 하는 일인데..



만나자마자 거침없는 속사포  공격이 시작됩니다. "오빠는 하루에 자위 몇 번이나 하세요? 3번은요? 4번은? 그러면 3.5번은요?", "오늘 밤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라는 발칙한 대사가  아무렇지 않게 나올 때면  짜릿한 쾌감마저 느낍니다. 더 민망한 대사도 특유의 목소리로 두루뭉술 넘어가는 매력까지, 이 여성에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밤치기 / 박종환, 정가영



한 번 본 게 다인 '진혁(박종환)'을 불러내 시나리오 자료조사라며  자리를 마련한 '가영(정가영)'은 일을 핑계로 사심을 채웁니다. 사생활, 그것도 성(性) 적 취향이 드러나는 적나라한 질문의 낯 뜨거운 인터뷰는 실내포차, 룸 카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 내죠.

사실  새 영화의 자료조사는 겉치레일 뿐, 가영은 진혁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상형, 잠자리 습관, 다양한 취향을 캐면 캘수록 점점 더 이 남자가 맘에 듭니다.  결국 가영은 함께 잠자리를 갖고 싶다고 솔직한 고백을 입 밖에 내고 말지만 이내 거절당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파는 계속됩니다. (정말 불굴의 한국인  ㅋㅋ)  찌질함과 구차함의 연속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이 영화 속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갑니다.


ⓒ 밤치기



장소를 옮겨 노래방에서는 오빠의 친구 영찬(형슬우)이 등장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풀리지 않던 일이 이 오빠에게는 식은 죽 먹입니다. 외모는 마음에 안 들지만 영화에 대한 취향도 비슷하고, 얼추 얘기가 통하는 남자. 이 세 사람의 그날 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 질문에서 진혁은 영화를 결말뿐만 아닌, 영화를 또 본 사실도 잊는 사람입니다. 반면 영찬은 가영이 좋아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이 같을 뿐더러 잊어버린 결말까지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두 남자의 극명한 대비는 가영이 그날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하게 합니다. 가영이 준비하다 엎어졌다는 영화 <최고의 결말>의 엔딩처럼, 완성하지 못한 열린 결말처럼 말이죠. 


ⓒ 밤치기 / 형슬우, 정가영, 박종환 (왼쪽부터)


우리의 삶도 세 사람의 그밤처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영화 같습니다. 코미디, 로맨스, 액션, 판타지를 오가는 다양한 장르선택이 가능, 리메이크와 리부트가 가능한 내 맘대로의 삶인 거죠.




ⓒ 밤치기


영화 <밤치기>는 정가영이 하고 싶은 말, 그리고 여성들의 욕망을 제대로 터트려 주는 분출구입니다. 같은 말이 대상을 바꿔 남성의 입에서 나왔다면 미투였겠지만, 어쩐지 이 영화 속 노골적인 대사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듭니다.  등장하는 대사만 묶어도 섹스 교본 하나쯤은 나올 정도로 솔직 당돌함이 영화의 기본입니다.  

사실적인 상황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마치 술자리에서  연애, 혹은 원나잇으로 이어지기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관객에게  한정된 공간 속 인물은 본인이거나 내 친구였을지도 모를 기시감과 남의 대화를 엿듣는 관음마저 느껴지는 재기발랄한 영화네요.




평점: ★★★★
한 줄 평: 욕망의 클리토리스를 제대로 아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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