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단어는 숭고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향한 이타적인 사랑. 1951년, 동유럽에 자리한 폴란드와 한국전쟁고아들은 무슨 인연으로 얽혀있을까요?
1951년 한국전쟁 중의 북한 고아 1,500명이 비밀리에 폴란드로 보내졌습니다. 폴란드 선생님들은 상처 입은 아이들을 오직 사랑으로 품고, 아이들은 '마마','파파'라 부르며 자라났죠. 하지만 8년 후 북한 천리마 운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북으로 송환되었고, 그 후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폴란드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배우 추상미의 첫 데뷔 작품으로 우연히 본 르포소설 《천사의 날개》와 2006년 폴란드 국영 다큐 <김귀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추상미 감독은 말합니다. "70년 가까이 된 이야기에 매료당했다. 당시 국적도 생김새도 달랐던 낯선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유대가 있었을까란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었다."라고요. 이 영화는 배우이자 엄마, 감독으로 바라본 상처의 연대입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김귀덕이란 소녀는 살 확률이 희박했던 아이입니다. 유일하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폴란드에서 생을 마감한 어린영혼이었죠. 결국 폴란드에 온 지 3년 만에 죽었지만, 동양 소녀에게 피를 나눠주며 살리고자 한 폴란드인의 초월적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다른 아이들을 사랑해준 폴란드 교사들은 어릴 적 전쟁을 겪었던 공통의 기억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 입니다. 아이들과 폴란드 교사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치유하고 성장했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은 '전쟁과 상처'란 공통점을 갖습니다. 탈북청소년과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 남과 북의 여자, 과거와 현재, 북한 전쟁고아와 폴란드 선생님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며 상업 다큐의 힘도 갖추고 있죠. 추상미 감독은 직접 기획, 연출, 각본, 출연, 편집, 내레이션까지 맡으며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한 터치로 어루만졌습니다.
영화 기획 및 장소헌팅차 폴란드로 간 추상미 감독은 프로젝트 탈북자 영화 <그루터기>를 위해 뽑힌 송이와 동행합니다. 송이는 북한 탈북자 출신인데 폴란드에 왔던 아이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의 재구성을 맡았습니다. 북한 여성으로서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큐멘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새로운 발견이라 할만합니다.
건강과 웃음을 되찾고 다시 북한으로 이송된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후 전쟁으로 무너진 나라를 자력으로 세우기 위한 북한의 움직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심각한 노동착취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몇 년 간 편지를 보내왔지만 이내 끊어지고 말았죠. 7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몸이 체득한 기억은 폴란드 교사들에게 문신처럼 새겨졌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폴란드 교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일을 겪은 인간으로서의 진심 어린 연민일 것입니다. 생김새와 언어는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이해한 상처 입은 치유자이며, 이념보다 강했던 유대감이 낳은 인류애(愛)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재조명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