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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0. 2018

<폴란드로 간 아이들> 국경을 넘은 초월적 인류애(愛)

ⓒ 폴란드로 간 아이들 / 추상미


사랑이란 단어는 숭고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향한 이타적인 사랑. 1951년,  동유럽에 자리한 폴란드와 한국전쟁고아들은 무슨 인연으로 얽혀있을까요?




ⓒ 폴란드로 간 아이들



1951년 한국전쟁 중의 북한 고아 1,500명이 비밀리에 폴란드로 보내졌습니다. 폴란드 선생님들은 상처 입은 아이들을 오직 사랑으로 품고, 아이들은 '마마','파파'라 부르며 자라났죠. 하지만 8년 후 북한 천리마 운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북으로 송환되었고, 그 후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폴란드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 폴란드로 간 아이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배우 추상미의 첫 데뷔 작품으로 우연히 본 르포소설 《천사의 날개》와 2006년 폴란드 국영 다큐 <김귀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추상미 감독은 말합니다. "70년 가까이 된 이야기에 매료당했다. 당시 국적도 생김새도 달랐던 낯선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유대가 있었을까란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었다."라고요. 이 영화는 배우이자 엄마, 감독으로 바라본 상처의 연대입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김귀덕이란 소녀는 살 확률이 희박했던 아이입니다. 유일하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폴란드에서 생을 마감한 어린영혼이었죠. 결국 폴란드에 온 지 3년 만에 죽었지만,  동양 소녀에게 피를 나눠주며 살리고자 한 폴란드인의 초월적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다른 아이들을 사랑해준 폴란드 교사들은 어릴 적 전쟁을 겪었던 공통의 기억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 입니다. 아이들과 폴란드 교사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치유하고 성장했습니다.


ⓒ 폴란드로 간 아이들 / 추상미 감독






폴란드와 한국은 '전쟁과 상처'란 공통점을 갖습니다. 탈북청소년과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 남과 북의 여자, 과거와 현재, 북한 전쟁고아와 폴란드 선생님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며 상업 다큐의 힘도 갖추고 있죠. 추상미 감독은 직접 기획, 연출, 각본, 출연, 편집, 내레이션까지 맡으며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한 터치로 어루만졌습니다.










ⓒ 폴란드로 간 아이들 / 탈북배우 이송



영화 기획 및 장소헌팅차 폴란드로 간 추상미 감독은 프로젝트 탈북자 영화 <그루터기>를 위해 뽑힌 송이와 동행합니다. 송이는 북한 탈북자 출신인데 폴란드에 왔던 아이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의 재구성을 맡았습니다. 북한 여성으로서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큐멘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새로운 발견이라 할만합니다.




ⓒ 폴란드로 간 아이들



건강과 웃음을 되찾고 다시 북한으로 이송된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후 전쟁으로 무너진 나라를 자력으로 세우기 위한 북한의 움직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심각한 노동착취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몇 년 간 편지를 보내왔지만 이내 끊어지고 말았죠. 7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몸이 체득한 기억은 폴란드 교사들에게 문신처럼 새겨졌습니다.




ⓒ 폴란드로 간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폴란드 교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일을 겪은 인간으로서의 진심 어린 연민일 것입니다. 생김새와 언어는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이해한 상처 입은 치유자이며, 이념보다 강했던 유대감이 낳은 인류애(愛)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재조명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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