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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9. 2018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통쾌한 까임

이 영화를 트럼프가 싫어합니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현 미국의 썩은 부위를 정확하게 진단할 줄 아는 감독 '마이클 무어'의 신작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의 타깃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영화  <화씨 9/11: 트럼프의 시대>는 트럼프는 물론, 제 식구 까기도 마다하지 않는 풍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오랜 악연으로 얽힌 '도널드 트럼프'와 맞짱 뜨는 영화를 통해 미국의 폐부를 찌르기에 이르렀죠. 부제 '트럼프의 시대'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배급사에서 붙였으며, 부시 전 대통령을 비판한 영화 <화씨 9/11>의 데칼코마니 같은 제목 '11/9'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날짜입니다.  웃지 못할 아이러니한 기시감, 서늘한 공포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 작년 대선 전 세계 모두가 힐러리의 승리를 예측했다



영화의 오프닝은 들뜬 2016년,  대선 코앞입니다. 누구도 장난처럼 출마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선거가 치러지지도 않았는데 여론은 힐러리에게로 가는 듯 보였습니다. 민주당 진영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고, 언론과 SNS의 유명인사는 힐러리를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그러나 우리는 결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관객은 두 진영의 대비되는 분위기를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에서 이긴 트럼프 진영조차 당황한) 거짓말 같은 결과가 기정사실이 되었고,  미국은 충격과 환희가 교차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새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우리가 몰랐던 미국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영화는 트럼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합니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뒤틀린 민주주의가 낳은 무서운 결과만이 존재할 뿐. 이민자가 세운 나라, 민주주의의 나라, 자유의 나라, 좌파의 나라, 기회의 땅이었던 미국은 이제 없습니다.  타협이란 단어를 써가며 서서히 민주당은 공화당을 닮아 갔기 때문입니다.



ⓒ 오바마의 물 좀 주소 퍼포먼스


언론은 폭주하는 기관차 같은 트럼프의 행보에 기름을 부으며 보탬이 되었죠. 시청률을 위해 언론의 기본 소임을 망각한 채 연일 자극적인 뉴스를 보도하고, 트럼프의 탄생에 일조했습니다.

특히 오바마가 플린트에서 벌였던 '물 좀 주쇼' 퍼포먼스는 침통한 표정의 시민들과 교차되며 답답함을 끌어올립니다. 이 사건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쇼에 분노한 지지자가 대거 이탈하는 계기를 마련했죠.



ⓒ 답답한 나머지 플린트 물차를 끌고 미시간 주지사의 집에 왔다


마이클 무어는 차곡차곡 신뢰를 잃어버린 민주당이 만든 괴물, 트럼프에 대해 고발합니다. 트럼프를 공식화된 악질 나르시시스트, 여성 혐오자, 인종차별자, 대놓고 범죄 벌이는 뻔뻔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단순한 정치적, 경제적 탐욕의 문제가 아닌, 불평등과 빈곤, 민주주의의 상실을 폭로합니다.  빌 클린턴 재임 시절 타협한 여러 안건들, 플린트 수돗물 오염 사건(플린트는 마이클 무어의 고향이며 <로저의 나>의 무대), 플로리다주 총격 사건, 웨스트버지니아 교사 의료보험 감시 시스템, 오바마의 가장 큰 후원자인 골드만삭스까지. 

결국 돌고 돌아 히틀러, 무솔리니, 김정은과 비등한 선상까지 끌어올립니다. 대놓고 까고, 자다가도 까고, 지구 끝까지 깔 생각입니다. 공화당 인사부터 민주당 인사까지 모두를 까서인지 미국에서의 흥행은 저조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역사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똑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참고삼아 길잡이 삼아야 합니다.  영화는 헌법, 탄핵이 알아서 해줄 거란 무관심이 불러온 참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들에게 괜찮을 거란 위안이 아닌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행동의 독려가 필요합니다.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시스템을 고쳐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또한 남녀 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 갈등이 심한 대한민국 또한 참고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길 희망합니다. 미국의 이야기라고요? 에이 왜 그러세요. 한국도 매일 미국 못지않은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 악(惡)은 서서히 움직이는 유기체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섬뜩한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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