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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커다랗고 빨간 댕댕이

by 장혜령

학교 가는 날도 많지 않았는데 벌써 긴긴 방학에 들어간 조카 녀석은 매일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다. 안 그래도 원격 수업으로 전자기기와 너무 친해져 걱정인데 집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있다. 이런 조카를 집 밖으로 불러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생각한 건 영화 관람이었다. 하지만 영유아, 초등학생과 함께 볼 만한 작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방학인데도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는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가 거의 없다. 유일한 영화가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이었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였고 더빙판으로 개봉해 자막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시사회를 통해 운 좋게 먼저 관람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즐거웠고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평소 애니메이션도 자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고장난 론>을 더빙으로 본 후 더빙 장벽이 무너졌다. 더빙판의 매력이 확실히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TV에서 방영하는 더빙 영화를 보는 향수와 유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보는 내내 어른도 아이도 빵빵 터졌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와 재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12살 인생에 댕댕이가 생겼어요!
클리포드더빅레드독.jpg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스틸컷

뉴욕의 아파트로 이사 온 전학생 에밀리(다비 캠프)는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학교에서는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녀이기 때문이다. 싱글맘인 엄마는 일 때문에 매일 바쁘고 친구도 없이 혼자인 에밀리는 항상 외롭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급히 출장을 떠나며 삼촌 케이시(잭 화이트 홀)에게 며칠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렇게 시작된 삼촌과 조카의 기묘한 동거. 다음날 학교에 가던 에밀리는 마법 동물 구조 센터에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방울무늬 보타이를 한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작고 귀여운 빨강 강아지와 운명처럼 엮일 줄이야.


삼촌은 급구 안 된다고 했지만 어느새 12살 견주가 된 에밀리.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줘야겠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 끝에 고전적인 게 좋겠다 싶어 '클리포드'로 지었다. 빨간 털 때문에 더 특별해 보이는 녀석을 지켜보는 에밀리는 자신처럼 소외된 것 같아 마음이 더 쓰였다.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정보.jpg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스틸컷


"클리포드, 내가 널 지켜줄거야!"


그렇게 클리포드와 놀며 달콤한 밤을 보냈던 에밀리 다음 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3M 크기로 자라난 초대형견이 된 클리포드는 아파트는 물론 뉴욕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며 뉴욕의 인기 강아지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한 사람을 구하고, 공원에 나타나 장난기 있는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뉴욕 시민의 친구가 되어준 클리포드는 사랑받으며 한껏 행복함을 만끽한다.


하지만 곧 거부할 수 없는 음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클리포드를 이용해 유전자 변형 사업에 이용하려는 대기업의 위험에서 에밀리는 반려동물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출장 간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다양성'과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며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특별해서 더 좋고 커서 더 귀여운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원작.jpg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결말.jpg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스틸컷

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동화 작가 '노먼 브리드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실사 영화다. 58년 역사의 아동문학계 레전드 도서는 전 세계 1억 2,6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클리포드를 비롯해 다양한 강아지 캐릭터들과 소녀의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13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개구쟁이 스머프 1,2>의 각본가 제이 쉐릭과 론 데이빗과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의 감독 월트 베커가 만나 시너지를 내주었다. 거기에 마블 시리즈에 참여한 제작진들까지 합세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강아지를 만들어 냈다.


특히, 코로나만 아니면 당장 떠나고 싶은 뉴욕의 명소 곳곳을 현지인의 시선에서 담아 삶의 현장 뉴욕을 보는 듯하다. 화려한 뉴욕 보다는 정감 있고 따스한 뉴욕의 이면을 만나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조건 없는 마음이 만들어 낸 훈훈한 이야기는 친구, 가족, 이웃으로 퍼져 외롭다고 느끼는 모든 관객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2022년 새해와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최고의 선물로 손색없다. 신나는 모험과 따스한 감동, 남들과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닌 특별함임을 알려주는 영화를 찾는다면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을 강력 추천한다.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TMI

03.png <잭 화이트홀: 아버지와 발칙한 세상 산책>, <정글크루즈>

덕) 삼촌 역을 맡은 잭 화이트홀은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그 이름값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듯! <정글크루즈>에서도 에밀리 블런트 동생으로 나왔는데 수염이 있고 없음이 확연히 다른 배우다. 아버지와 함께 해외를 돌아다니며 티격태격하는 넷플릭스 <잭 화이트홀: 아버지와 발칙한 세상 산책>도 함께 보면 좋다. 한국도 조만간 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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