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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20. 2018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군산을 향한 다른 온도차

ⓒ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 장률



<춘몽>이후 2년 만의 신작으로 관객을 찾은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2013년 개봉한 <경주>와 맥을 같이 합니다. 마치 군산을 여행하고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만끽할 수 있으며, 박해일 배우와 도시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일본풍의 이국적인 모습과 항구도시, 아리송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군산에서 두 사람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군산, 시간과 공간의 미스터리함이 혼재된 곳




군산 가보셨나요? 군산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항구도시로 1930 년 당시 엄청난 번영을 누리던 도시였죠. 이런 군산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쇠락하고 지금은 일본풍 건물이 한국 정서와 결함해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습니다.




매번 공간과 시간,  느슨한 경계를 보여준 장률 감독이 이번에는 영화와 시, 원주민과 이주민, 중국과 한국, 꿈과 현실, 중성적 이름의 모호성 등  다른 듯 이어져있는 관계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한때  흠모하던 선배의 아내였던 '송현(문소리)'이 돌싱 소식에, 다짜고짜 군산으로 뜻 모를 여행을 떠난 '윤영(박해일)'의 이상야릇한 시간이 펼쳐집니다.

윤영은 남자 이름인지 여자 이름은 지 모호하고, 송현은 중국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겉모습만 봐서는 분간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매일 옷을 갈아입지만 남자는 매일 똑같은(비슷한) 옷만 입죠. 송현은 윤영이 아직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는 단계이지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절박함이 서려있습니다. 하지만 윤영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뜬구름만 잡다, 송현은 놓칠 위기에 처합니다.



아무나 받지 않는다는 군산의 일본풍 숙박업소 '사장(정진영)'에게 던지는 송현의 추파를 윤영은 질투가 나고,  그 집 딸 '주은(박소담)'의 마음에 든 윤영이 송현은 불편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한 긴장을 일으키고,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죠.

뭐든 명확하지가 않아요. 윤영은 '언젠가 와 본 듯하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라고 데자뷔를 느낍니다. 이렇게 어디서 본 듯한,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들이 경계없이 등장하는데요. 연변 출신  아주머니 윤순이(김희정), 칼국숫집 주인(문숙), 송현의 전남편(윤제문), 약사 (한예리) , 치매 증상이 보이는 윤영의 아버지 (명계남.동방우) , 중국동포인 양 연설하는 남자 등  확실하다기 보다 두루뭉술, 상황은 점점 모호해져 갑니다.






아마 이런 느낌은 연변에서 태어나고 자란 장률 감독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을 텐데요. 재중동포 2세로 경계인으로 자리했던 기억이, 닮은 듯 다른 일본과 한국의 정서도 묘하게 잘 담았다고 봅니다. 이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이  연변에서 쭉 살았다면 지금처럼 조선족이라고 불렀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송현 또한 30년대 만주에 갔던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자신도 조선족이었을 거라며 안도하지만, 조선족으로 오해받자 불쾌해 하죠.


이런 온도차는 남녀 사이, 겉모습은 같지만 국적이 다른 이방인을 마주할 때, 한중일 삼국의 아스라한 관계를 닮았습니다.



영화의 타이틀은 뜨는 순간, 시간을 되돌리다



제목은 영화의 중간에 뜹니다. 전날 술자리에서 했을 법한 즉흥 여행을 떠난 이유,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죠. 두 사람이 왜 군산에서 다른 꿈을 꾸었는지, 관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어긋나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영화는 일부러 해석하려고 하기 보다, 우리 삶에서 무수히 펼쳐지는 우연과 모호함을 이야기합니다. 영화를 보고 이상하거나 이해가 안가 갸우뚱거리는 게 정상이에요.

인생 참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느 하나 딱 부러지게 결론나지도 않죠. 어쩌면 우연히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연 덩어리 인생을 그만두려 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갑니다. 영화도 그런 것 같아요.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여행 계획은 세웠어?라며 매 순간 선택과 결과에 희비가 교차하는 삶에서 잠시 나와.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나른한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인생의 쉼표, 사유하는 쉬어가기는  지금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참, 더 추워지기 전에 영화 속 주인공이 거닐던 장소를 따라가는 산책 여행 어떤가요. 두 사람이 머물던 일본풍 가옥은 실제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니, 영화의 감상을 생각하며 여행하는 것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정말 엉뚱한게 자꾸 곱씹게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평점: ★★★★
한 줄 평: 문 없는 드나듬이 꿈과 현실의 그 어딘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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