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Nov 25. 2018

<영주> 어른이란 면류관의  무게

ⓒ 영주/ 차성덕



<영주>는 졸지에 부모님을 여의고 가장이 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지만 김향기, 김호정, 유재명 배우의 연기가 살린 진중한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아역부터 차분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김향기 배우의 성인연기 시험대가 되고 있는 듯한데요. 감히 점수를 주자면 꽤나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와 어른 중간을 떠도는 방황,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져야 하는 맑은 얼굴, 부모의 사랑이 고픈 아련함이 아직도 아른거리고 있습니다.




스무 살이면 성인이야. 어른이면 어른답게 처신해야지!



영주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하나뿐인 동생을 돌봐야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은 사고를 치고, 자꾸만 엇나가게 되죠. 부모님의 전 재산인 집마저 팔아야 할 위기에 놓인 영주는 합의금 마련을 위해, 가해자를 찾아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제 발로 찾아가는 아이러니. 분노와 미움, 원망을 얼어붙었던 마음은 따스한 아줌마의 온기에 스스로 녹아버립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영주는 갑자기  가장이 되어 꽤나 힘겨웠을 겁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가 되어주는 아줌마(김호정), 아저씨(유재명)의 정(情)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내어 주었겠죠.

마치 12시가 되면 모든 게 현실이 되어버리는 신데렐라 같은 영주.  화려한 무도회장을 빠져나가 허름한 방구석의 현실처럼 영주는 아줌마 아저씨네에 다녀오는 길이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 영주


그야말로 사랑과 미움이란 양가적 감정 탓에 흔들리는 어른 아이였죠. 동생을 챙기면서도 보살핌이 절실한 아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19세 소녀기도 했습니다. 영주와 같은 나이,  그  섬세한 내면을 김향기 배우가 해내고야 마는데요. 그동안 보여 주었던 캐릭터에 힘을 빼고 영주, 그 자체가 되어버린 얼굴에 관객은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주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시 면류관을 쓴 아이입니다. 복수를 위해 찾아갔지만 아픈 아들을 품은 마음의 병에 흔들렸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다 결국 마음을 빼앗겨버렸습니다. 이런 영주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감정을 잘 숨기던 영주가 주체할 수 없는 설움과 애증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주제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영주는 그 후로 동생과 잘 살아갔을 겁니다. 열아홉. 소녀와 성인의 경계에 있는 영주는 혹독한 시험을 한 단계 통과했을 뿐입니다. 어른으로 가는 성장의 길은 때론 가혹하고, 달콤한 듯 쌉싸름할 것입니다. 그렇게 영주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겠지요. 부디 그 길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평점: ★★★☆
한 줄 평: 사랑이 필요했던 어른 아이, 영주.

매거진의 이전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군산을 향한 다른 온도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