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나와 만나는 경험, 깨발랄 자아찾기
포스터에서 보이는 왕대륙의 2컷에 낚여 관람했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서 선방(왕대륙은 잘 포장된 조연). 개연성과 스토리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지만. 첫눈 오는 주말, 타임슬립 로맨스는 날씨와도 퍽 잘 어울렸습니다. 그야말로 여주인공 '니니'가 17세 소녀와 28세 성인은 번갈아가며 좌충우돌, 지랄발광. 열일하는 통에 매력을 제대로 발견한 영화기도 합니다.
10년째 연인 '마오(곽건화)'와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스물여덟의 '량시아(니니)'는 프러포즈를 꿈꿉니다. 10년 전 너와 결혼해서 아이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했던 마오의 이야기는 세월의 더깨처럼 낡아버린 지 오래. 실의에 빠진 량시아는 우연히 마성의 초콜릿 광고에 현혹되어 주문하고, 초콜릿을 먹은 5시간 동안 28세 '큰 량시아'의 몸에서 17세의 '작은 량시아'가 되어 이중생활을 시작합니다.
현 남친 마오와는 소원한 상태지만 작은 량시아는 심쿵연애중. 열일곱의 작은 량시아는 '얀(왕대륙)'과 만나 자유분방한 사랑을 이어갑니다. 오직 남자와의 결혼을 위해 꿈도 미래도 포기했던 큰 량시아에게 작은 량시아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는데요. 잊었던 똘끼, 패기, 예술적 영감을 마구 소환. 둘은 의기 투합해 무미건조한 삶을 함께 개척해 나가기로 하죠.
여성으로서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아를 잃어버린 여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기부여가 뿜뿜하는 영화거든요.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 유리천장에 막혀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여성,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느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모든 여성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고마운 환기였습니다.
사실 눈에 거슬리는 캐릭터, 과장된 연기, 엉뚱한 스토리와 말아먹는 개연성, (SK-Ⅱ, 벤츠 등등 PPL) 화려한 중국 스타일의 영상미 모두가 대만족은 아니었지만. 영화는 자고로 꿈꾸는 판타지니까 이해 가능했습니다. 이런 게 중국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려니 하고 보면 꽤 볼만했던 영화네요.
그나저나 왕대륙은 <나의 소녀시대>이후 한국 관객에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듯한데요.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지만 역시나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거칠어 보이지만 어리숙하고, 느끼하지만 담백한 이중적인 매력, 그래서 왕대륙을 좋아하나 봅니다.
참, 쿠키영상은 없지만 제작 영상기가 나오니까, 놓치지 말고 기다려서 보고 가시길요!
평점: ★★☆
한 줄 평: 지랄발광 17세, 무미건조 2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