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니스 엔드>는 토니상을 수상한 '로버트 케드릭 셰리프(RC 셰리프)'의 동명 스테디셀러 희곡(1928)을 원작으로 한 다섯 번째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실제 그는 복무 시절 참호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은 동료들을 참고해 희곡을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그 사실적인 현장감과 캐릭터가 관객을 그 상황 속에 떨어트려 놓은 듯 공포를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1918년 봄. 독일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의 최전방 대피호를 배경으로 4일을 그렸습니다. 전쟁의 참상이 빚은 비극, 아이러니, 부조리함, 미쳐가는 인간의 모습을 경험하는 극한 심리극인데요. 전쟁 영화의 스펙터클함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겪게 되는 인물들 간의 서스펜스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1918년 3월 18일, 오랜 친구 '스탠호프(샘 클라플린)'를 찾아온 '롤리(에이사 버터필드)'는 최전방에 배속되었습니다.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버려진 곳이었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습에 매일을 숨죽인 채 버텨야 했고, 좁고 어두운 참호는 사람을 궁지로 몰기 딱이었습니다. 미치거나 술에 절어 있지 않고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 군대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아이러니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부대로 막 발령받은 롤리 소위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롤리는 누나의 애인이자 자신의 친구인 스탠
호프 대위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모습을 마주하죠.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승자와 패자 모두 잃는 치킨 게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커집니다.
어쩌면 '스탠호프 대위'의 분열된 자아는 여러 캐릭터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순수함을 잃었고, 두려움과 신경쇠약에 점점 지쳐가는 모습. 모든 것을 해탈한 것처럼 보이는 현자의 모습으로 분해 있는 듯합니다.
간혹 어디서 많이 봐왔던 캐릭터의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 리메이크되는 캐릭터의 원형을 찾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니스엔드(JOURNRY'S END) 뜻은 여정의 끝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서만 끝낼 수 있었던 전쟁의 공포. 전쟁은 몸만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까지 초토화 시키는 죽음, 다시는 그 참혹함이 재현되지 않아야겠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서서히 미처가는 심리묘사, 기다림을 견디는 공포가 와닿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