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을 볼 때 느끼는 생각은 대략 두 가지입니다. '아 맞아.. 그땐 그랬지'와 '다시는 저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되는데..'라는 생각. 1997년 대한민국의 파산, IMF까지의 일주일을 다룬 <국가부도의 날>은 후자의 생각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습니다.
OECD 가입, 경제 선진국 반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등 실체 없는 타이틀만 있던 1997년. 정경유착, 대기업 살리기로 커진 대한민국의 거품경제 속 아무 예고도 없이 국민들은 경제 대란을 겪었습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씁쓸한 기시감을 겪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성장, 고용 악화, 청년실업, 비정규직, 빈부격차, 명예퇴직 등 1997년 IMF가 남긴 멍울뿐인 과거입니다.
OECD 가입, 경제 선진국 반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등 실체 없는 타이틀만 있던 1997년. 정경유착, 대기업 살리기로 커진 대한민국의 거품경제 속 아무 예고도 없이 국민들은 경제 대란을 겪었습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씁쓸한 기시감을 겪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성장, 고용 악화, 청년실업, 비정규직, 빈부격차, 명예퇴직 등 1997년 IMF가 남긴 멍울뿐인 과거입니다.
영화는 국가부도의 위기를 일주일 남겨둔 채 이를 막으려는 자, 이를 이용하려는 자, 이 한가운데 휩쓸린 자의 세 시점이 교차되고 있으며 리드미컬한 템포로 빠르게 흘러갑니다. 잠시라도 숨죽일 수 없는 긴박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답답함과 분노. IMF를 겪은 분들에게는 꺼내보기 힘든 앨범 같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극단적인 장면들을 보며, 어려서 잘 몰랐지만 그때를 버텨준 부모님에게 괜한 미안함이 교차하기도 했는데요. 대한민국 경제의 10년 후 또 한 번의 위기,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한민국은 성장해왔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세련된 연출의 영화는 아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시너지를 이루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볼만한 영화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 쇼트>를 한국적으로 해석한 영화라고 하면 어떨까요?
특히 여성 캐릭터의 성장과 존재감, 그 중심에 김혜수가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 영화입니다. 김혜수 배우의 파워는 무릇 남성 캐릭터를 밟고 올라, 당당히 진두지휘합니다. 관료적이고 남성적인 직장, 나라 전체가 호황을 부르짖고 있을 때 가장 먼저 국가위기를 감시하고, 알리고자 했던 그녀의 고군분투는 관객들에게 힘과 용기를 줍니다.
김혜수 배우가 맡은 한시현 팀장의 립스틱, 타들어가는 한숨과 마른 입술을 적시다 테두리만 남은 립스틱 라인이 꽤나 리얼하더라고요.
우리는 여러 역사에서 국가의 안일한 눈속임으로 진실을 가리는 뿌연 눈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위기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 마지막 대사.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칠 때, 반복되는 역사 앞에서 당하지만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현안을 꿰뚫어보는 통찰을 가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참, 쿠키영상은 없지만 '한지민'배우의 깜짝 등장이 반가웠어요! 생각보다 더한 '뱅상 카셀'의 존재감은 크더군요.
평점: ★★★
한 줄 평: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 대한민국의 기류를 바꿨던 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