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맛도 차근차근 천천히, 아름다운 사계절처럼
집은 삶의 보석 상자여야 한고 말하는 건축가 할아버지. 무엇이든 꾸준히, 집안일 만능 할머니.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의 주인공 둘이 합쳐 177살, 65년을 같이 산 부부의 슬로 라이프를 영화 <인생 후르츠>에 담았습니다.
꾸준히,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인생의 맛. 오래 익을수록 맛있는 인생을 일본의 노부부를 통해 깨닫습니다. 부부는 자연과 꼭 닮았습니다.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하다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입니다. 화려한 인생도 좋지만 소박한 자연과의 조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세월의 나이테가 보이니까 말입니다.
삶은 수많은 계절의 반복입니다. 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부부는 집 앞 정원을 가꿔 수확한 작물로 다양한 음식을 해 먹습니다. 여름, 푸른 잎이 싱그러운 계절, 젊은 시절 남편 '츠바타 슈이치'는 고조지 뉴타운에 참여해 전성기를 맞습니다만. 손을 떼고 자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교외 지역에 땅을 사 숲을 다시 조성했죠.
가을,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계절, 노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살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며 은퇴 후 인생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겨울, 자연과 공존을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을 의뢰받아 병원을 설계하게 되죠. 노부부는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오래 살수록 아름다워지는 인생을 얻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 느리게 돌아가는 시계처럼 소박한 밥상과 행복에 만족하는 부부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삶의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땀 흘려 일군 작은 정원이자 텃밭에 당신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지고,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지며,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리는 자연의 이치. 모두가 정원을 없애는 시대, 40년 동한 터를 잡고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새삼 궁금해집니다.
나이들 수록 영글어가는 반짝이는 인생, 인생도 맛도 차근차근 천천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두 분의 알콩달콩한 부부생활에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후르츠>는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히로인 '키키 키린'이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아직도 그리운 키키 키린의 목소리도 만나보세요. 분명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인생도 맛도 차근차근 천천히, 아름다운 사계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