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나쁜년 위에 나는 미친년 있다?!
<나를 찾아줘>의 발칙함과 <서치>의 영민함을 갖춘 '폴 페이그'감독의 신작 <부탁 하나만 들어줘>. 전작 <스파이>와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꾸준히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보다 여성 심리를 잘 파고드는 여성 주연영화 장인이죠.
이번 영화에서는 화려하고 완벽하지만 가시를 품은 장미 같은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소박해 보이지만 진한 향을 가진 국화 같은 '스테파니(안나 켄드릭)'의 상반된 매력이 여성 관객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패션부터 잡화 스타일링, 리빙 스타일 등 마치 여성 잡지 한권을 본 듯 한 영화입니다.
스타일리시와 스릴러가 만나 극강의 멋짐 예쁨을 뿜뿜하고 있으니, 두 여성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준비 단단히 하시길요! 비 오는 하굣길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모습에 숨멎주의, 그 이후에도 도발적이고 힙한 그녀의 패션 스타일을 즐기는 재미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나랑 가까워져서 좋을 게 없을걸...
싱글맘이지만 당차고 긍정적이게 사는 '스테파니(안나 켄트릭)'는 멋지고 화려한 커리어 우먼 '에밀리(블라이크 라이블리)'와 급격히 친해집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집, 거침없는 행동, 로맨틱한 남편 '션(헨리 골딩)'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에밀리를 동경하던 어느 날 불현듯 자취를 감춘 에밀리. 설상가상으로 시체로 나타나 충격을 줍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사라진 친구, 아내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여느 추리범죄극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체가 발견되는 순간, 관객은 후반부에 이어질 반전을 기대하며 사건의 전말을 궁금해하기 시작하죠.
끔찍한 짓을 할 땐,
각자의 사정이 있는거야.
하지만 추리 범죄극, 스릴러를 많이 봐왔던 관객이라면 2%가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심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면 뒤통수를 칠 정도의 반전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매력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라는 기본 공식을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걔들은 부모가 아니라,
엑소시스트가 필요해!
또한, 찰진 19금 유머로 관객들의 길티플래져를 건드린다는 것도 한몫. 이 환상의 케미스트리는 '폴 페이그'감독과 약빤 번역의 대사 '황석희' 번역가,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있어 가능한 시너지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잔인한 살인 묘사나 성묘사가 없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를 영화 속에서 찾아보길 바랍니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은 겉모습을 봐서는 판단할 수 없고, 내재된 욕망이란 전차는 더 빨리 내달려다 멈출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으니까요. 문이 하나 열리면 다른 문이 또 열리는 것처럼 욕망의 수위는 점차 커지게 됩니다.
두 여성이 밀고 당기는 사건의 칼자루는 누가 쥐고 있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영화는 마치 가십거리를 모아 놓은 여성 잡지 잡지 같습니다.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읽는 낯 뜨겁고 충격적인 막장과 치정 기사처럼 말이죠.
인생을 건 두 여자, 대결의 결말은? 누가 더 나쁜년인지, 누가 더 미친년인지는? 영화 속에서 직접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12월 12일 개봉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누가누가 더 나쁜년, 미친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