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헤픈 나, 울면서도 억울했던 대만 감성로맨스
대만 영화는 한국에서 마니아층을 가진 장르가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청설>,<나의 소녀시대>,<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등 때론 유치하고 촌스러워도 비슷한 듯 다른 순수함 때문에 가끔 생각나는 첫사랑의 교본 같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도 <모어 댄 블루>는 개인적으로 공감 가지 않는 설정과 클리셰 범벅, 올드한 감성이 보는 내내 미간 주름 펴질 시간 없던 영화였습니다.
오그라드는 것을 떠나, 극장을 나가고 싶었던 위기가 몇 번씩 찾아오는 인내심이 필요했던 영화기도 했고요. 저 그렇게 무미건조한 사람 아닙니다. 사랑 이야기 좋아하고요. 대만 영화도 곧잘 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못 참겠습니다. 이 세상 영화가 아닌듯싶었어요.
<모어 댄 블루>는 한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대만 스타 '류이호'의 차기작이자, 2009년 원태연 시인이 연출한 권상우, 이보영, 이범수 주연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굳이 잘 되지도 않았던 영화를 리메이크한 건지 이해되지 않지만, 뭐 만들어졌네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혼자가 된 '케이(류이호)'와 '크림(진의함)'은 가족이자 친구, 연인 그 이상이 되어 줍니다. 서로에 있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된 그들은 나란히 같은 직장의 작곡가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는 아버지와 같은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크림을 위한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케이는 크림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를 찾길 바라고,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크림은 결혼할 사람을 찾습니다. (이게 뭔지..)
사랑해서 떠난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어요. 16살부터 둘 다 부모 없이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하고 살았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그렇게 모를 수 있나요? 10년을 같이 살면 사실상 부부나 마찬가지인데, 자신은 그 자리를 지켜줄 수 없으니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니요.
ⓒ 순정 만화에나 나올법한 캐릭터
사랑하면 그냥 사랑한다고 하면 될걸, 아프면 아프다고 하면 될걸 만화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자기가 떠난 세상에서 홀로 힘들까 봐 좋은 짝을 만들어 주고 간다는 설정이 공감하기 힘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함의 극치를 달리는 남녀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한 저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래도 저래도 눈물 헤픈 저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다니.. 모로 가도 서울이니까, 울렸으니 성공한 거죠?
그래도 이보세요.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사랑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는 사랑, 가난, 기침은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다고 했거든요. 영화는 뚜렷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개연성, 공감력 다 필요 없다! 대만 영화나 류이호, 진의함의 팬이기 때문에 본다는 분들에게는 연말의 따스한 선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감정 노동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요. 그래도 OST는 좋네요.
영화 <모어 댄 블루>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 투표'비프 듀스 324'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CGV 단독으로 12월 12일 개봉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낡아도 너무 낡아 고칠 수 없는 폐기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