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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4. 2018

<안개 속 소녀> 안개가 삼켜버린 진실

ⓒ 안개 속 소녀 / 도나토 카리시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는 무엇이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안개라는 장치 속에 진실은 가려지기 마련이고 결과 또한 산으로 갈 수도 있죠. 아무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부분을 주목해서 본다면 범인을 찾는데 효과적일 것입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라기 보다 조용히, 서서히 깔리는 안개처럼 나가다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 잔치를 주목해야 하는 영화인데요. 마지막 결말을 위해서는 초반부에 밀도 높은 단서에 주목해야 합니다.



ⓒ 안개 속 소녀


영화 <안개 속 소녀>는 북유럽의 비주얼에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사라진 소녀를 찾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원작자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입봉작인데요. 소설과 영화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 해도 연출의 한계와 편집, 생략, 더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곳곳에 뿌려놓은 빵 부스러기를 회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뿌려놓은 떡밥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는 상황의 T.M.I 영화. 촘촘한 이야기에 부담스러운 관객은 레드썬 할 상황이 다분하지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풀어가는 두뇌게임을 즐긴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적인 묘사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 안개 속 소녀는 원작자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는 '악마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자만이다'라는 주제의식을 가운데 두고 세 사람을 의심하게 합니다. 과학수사는 뒷전 언론과 마녀사냥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형사 '보겔(토니 세르빌로)', 사라진 소녀의 교수이자 가장 의심을 받는 남자 '마티니(아레시오 보니)', 형사 보겔을 털어 놓게 만드는 '정신과 의사(장 르노)'까지. 착한 딸 완벽한 소녀가 사라진 날  무슨일이 있었을까 궁금증이 커집니다.



ⓒ 마티니 교수의 명강의 청강해야겠다



영화의 실마리는 교수의 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계속해서 카피되고,  희생양을 찾아야 하며, 그중에서도 회피 경향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그 사람은 주로 돈을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는 두 사건이 얽혀 있습니다. 지금 사라진 소녀를 찾는 것과 30년 전 조용한 마을에서 비슷한 외모의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이죠.

첫 번째 사건의 범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겔 형사의 습관을 이용한 교수 마티니가 꾸민 일이었고요. 두 번째 사건의 범인 30년 전 사라진 소녀들의 범인은 건강상의 악화로 잠시 범죄를 멈춘 정신과 의사의 짓이었습니다.


ⓒ 안개 속 소녀 '보겔'형사 같은 사람은 사회악이다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고 돈으로 보상해주면 된다는 안일한 심리는 시대와 나라를 떠나 계속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 분노케하며, 충격적인 사건을 만들고 진실은 은폐하는 소위 기레기 같은 언론을 이용한 한 남자의 자작극은 통쾌했으며,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잠재적 살인마는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무섭기도 했던 영화였습니다.


ⓒ 안개 속 소녀




영화의 원작자겸 연출을 맡은 감독 '도나토 카리시'는 방대한 인물들과 사건 속에서 방향키를 잃어버린 듯합니다. 어둡고 음산하며 대사량 또한 많기 때문에 2시간 남짓한 영화매체로는 소화시키기에 역부족인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본 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원작 소설로 해결해 보려 합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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