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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5. 2018

<마약왕>대한민국 현대사를 풍미했던 한 남자의 흥망성쇠

ⓒ 마약왕 / 우민호


2018 겨울 텐트폴 빅 3영화의 두 번째 작품 <마약왕>은 쇼박스의 배급 영화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자 송강호, 배두나, 조정석, 조우진, 이희준, 김대명, 이성민, 유재명, 김소진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배우들의 미친 라인업으로 기대가 된 영화입니다.



ⓒ 마약왕


전반부는 코믹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달래고, 중후반부부터는 무겁고 어두운 누아르 스타일로 전환됩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경제부흥과 한 남자의 인생이 교묘히 맞물리는 이중구조를 취하는데요. 이두삼이 마약왕으로 일본을 오가며 활강할 때 이를 잡겠다는 김인구 검사(조정석)는 여공들이 밀집한 공장에 수사 캠프를 차립니다. 이는 부정으로 돈을 번 이두삼과 정의로운 검사 김인구의 대비되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수위가 센 장면이 다소 담겼습니다. 마약 제조, 투여, 거래에 대한 상세한 장면부터 폭력과 살인이 잔인하게 묘사됩니다.  또한 적재적소에 쓰인 클래식, 가요 등이  캐릭터에 살을 붙입니다.  





실존 인물 이두삼, 송강호의 연기로 재탄생



ⓒ 마약왕의 송강호 연기는 후반 30분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 같다


1970년 대, 낮에는 수출역군 밤에는 마약왕으로 살았던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산의 밀수꾼으로 살다 경제부흥이라면 뭐든 눈감아주던 혼란을 틈타 마약 제조, 유통이란 파도에 안착한 운수 좋은 사람. 돈도 빽도 없이 무시당하던 과거를 버리고,  거나한 인생 한방을 노렸던 이두삼(송강호)을 조명합니다.



 <마약왕>은 당시 처세를 탁월하게 읽을 줄 알았던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로 중심을 잡으며, 그동안 보아온 다양한 캐릭터를 한 영화에서 만나는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러닝타임 중 앞선 100분은 후반부 30분 정도의 송강호 배우의  약빤 연기를 보기 위한 밑밥에 불과했습니다.



139분 동안 뭐가 문제일까 고민해 보긴 처음



ⓒ 마약왕




호화 뷔페에서 139분 동안 먹었지만 정작 뭘 먹었는지 뭐가 맛있었는지 잘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내부자들>= <마약왕>이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관객을 뿅 가게 할 무엇이 빠진 제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고민해 보긴 처음입니다.

마약이나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독전, 범죄도시), 혹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국가부도의 날),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139분 동안 내내 생각한 거라곤 이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였습니다.

송강호라는 명배우에만 기댄 효과가 티가 나는 듯합니다. 연기가 관객을 압도해야 하는데, 무거움에 압사 당할 뻔한, 대체로 피곤한 영화였습니다





ⓒ 버라이어티 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다룬 소재는 신선하지 못했고, 조주연급 배우들의 캐릭터 표현도 아쉬웠습니다. 굳이 로비스트 역에 배두나 배우가 나와야 할  인상적인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조우진 배우의 또렷한 목소리는 일명 뽕쟁이란 캐릭터에 묻혀 대사 전달이 잘되지 않더라고요.  

후문에 의하면 송강호와 배두나의 베드신이 있었는데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괴물>에서 남매 사이로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 연인이라니 케미가 맞지 않는 것도 있겠죠. 조정석 배우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역할의 거의 다습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대신 웃음기는 제거한 채로요.





ⓒ 조강지처 역의 김소진 배우 캐릭터 좋다




그나마 빛나는 캐릭터는 이두삼의 부인으로 등장한 김소진 배우였습니다. 집안의 가장이자 한 남자를 돌보며 똑 부러지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비련의 여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던 조강지처 역을 아주 잘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육영수 여사는 연상케하는 스타일인 인상적이었습니다.





겨울 성수기 빅 3 중 <마약왕>의 포지션은?


ⓒ 마약왕




범죄물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의 대리만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약왕>은 보고 난 후 두려움, 통쾌함, 하물며 착하게 살아야겠단 갱생 감정까지도 들지 않는 미스터리함이 존재합니다. 사실상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어쩌면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두려움을 잊게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하며 관객을 눈멀게 하기도 하죠.  '뽕은 결국 아무도 믿지 않아!'라는 대사처럼 믿었던 영화의 배신. 그 여파가 좀 오래갈 것 같습니다.



ⓒ 마약왕의 히로인



참, 쿠키영상은 없으며 인트로 부분에 등장하는 부분 팩트인가요? 마약이 태평양 전쟁 때 발명되었고,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국가의 대대적인 단속에 공장이 필요했고 지금의 중국처럼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돌린 '메이드 인 코리아' 수출 주역이 마약이라는 게 말입니다.



ⓒ 마약왕 시사회 무대인사




평점: ★★☆
한 줄 평:  <범죄와의 전쟁>+ <내부자들>=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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