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편이 되기로 했다

나는, 나를 바라보고 말을 걸었다.

by 두니

우리말에

‘미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찢겨나가듯,
속을 가르는 듯한

슬픔이나 고통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하면

그건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다.

너덜너덜해진 셔츠처럼
속살이 다 드러나
무방비로 흔들리는

도저히 주워 담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의 상태다.


우리는 그때 이렇게 말한다.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미어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공기마저 멎어 선 듯

텅 빈 집 안.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 탓에,

몇 해 전 선물로 받았던

아끼던 포도주를 꺼내 들었다.


빈 잔을 채우고

양초에 불을 밝히면,

어스름한 불빛 맞은편에

나의 사랑이

앉아 있을 것만 같았다.


'나를 사랑하는 나와 건배!'


그 순간,

괜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꾸밀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는

가장 솔직한 고백.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나 보다.


그러나 나는

술의 힘으로 미어진 가슴을

치유받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의 나는,
이 어설픔과 추함조차 외면하지 않고,
솔직한 얼굴로
이 밤의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은 넋두리다.


나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흔들리며 피하려는 시선,

끝내 피하지 않는 시선.


그래, 나는 지금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술잔에 기댄 목소리로,

넋두리라는 이름으로.


잔이 비워질수록

숨은 느려지고,

마음엔 조금씩

고요가 차올랐다.


그리고,

누구도 듣지 못한 이야기 끝에서

나는,

내 편이 되어 있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