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먼저 나를 안아준 날

그날, 나는 나를 선택했다.

by 두니

그날의 너는,


아무 표정도 없이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지.


누구도 너를 밀어붙이지 않았고,
누구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너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네 앞의 모든 순간과 맞서고 있었어.


나는 알아.

온 맘으로 사랑했다는걸.


그가 보낸 따뜻한 미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낀 온기.

그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고 믿었으니까.


그래서 더 오래 버텨보려 했고,

자신보다 먼저

그를 감싸 안으려 했던 거야.


하지만 결국,


믿음은 너를 밀어냈고.

무너진 자존심 위에는

쪼개진 감정의 파편만이 남아

네 마음 구석구석에 깊이 파고들었지.


그제야 너는 알게 되었어.


너를 다치게 하는 것은

네가 지켜야 할 것이 아니었다는걸.


눈부시게 찬란했던 그 사랑조차

미련 없이 놓아야 한다는 걸.


그날, 너는

사랑을 포기한 게 아니야.
너 자신을 선택한 거지.


많은 이들이

네 선택에 대해 말했지.

더 줄 수 없는 너를 탓하며

차갑다고, 강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아.
그 누구보다도 많이 주었던 사람이
바로 너였다는걸.


사랑은 너를 잃으면서까지
붙들어야 할 감정이 아니었어.


사랑은
함께 걸을수록
네가 더 ‘너’다워지는 길이여야 했지.


그는 그걸 몰랐고,
너는 너무 늦게 알았을 뿐이야.


이제는 괜찮아.

너는 더 이상

사랑 앞에서 흔들리지 않아.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방법을

너는 알게 되었으니까.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돼.


어떤 사랑도, 어떤 사람도

너의 가치를 증명해 주지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알잖아.


이제 너는

너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장 깊이 사랑하기 시작한 거야.


그를 용서하지 않아도 돼.
그 시간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을 견딘 끝에도
너는 여전히

‘너’로 남아 있다는 거야.


사랑이 아니라 너를 선택한 너에게,
나는 지금,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싶어.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아 줘서,
그리고 무엇보다—
끝내 너를 놓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