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커피에 나를 다시 추출한다.

창을 열고, 비를 들이고, 나를 꺼내다

by 두니

창을 열었다.

비를 들였다.


그 차가움과

눅눅할 틈 없는 쓸쓸함 위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향 하나.


그 향을 붙잡은 두 손 가득

전해지는 따뜻함이

내 몸을 타고

천천히 내려앉는다.


창밖은 흐리고,

마음은 오히려 더 선명하다.


그 소리와 향에

생각을 조용히 묻었다.


커피 한 모금과 빗소리에

모든 마음은 느려지고,

모든 감각은

조용히 눈을 뜬다.


쓰디쓴 그 한 잔.

위로를 마시고,

기억을 걸러내며,

나는 나를 다시 추출한다.


비와 커피—

기억과 감정—


마침내,

나는 미쳐가고 있다.


……

그래도 괜찮다.


오늘 같은 날엔,

조금쯤 미쳐도 괜찮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