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과 저곳 사이에서

어디에서도 완전하지 않은 나에게

by 두니

예정된 시간이 끝날 즈음.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방 안 가득 펼쳐둔 가방 위에
짐을 하나씩 올려놓다가
다시 꺼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가볍게 왔다가
가볍게 돌아가리라던 마음은
어느 순간

짐보다 더 무거워져 있었다.


달력을 다시 확인하고,
비행기 시간을 들여다본다.


숫자는 변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은
낯설게 느껴졌다.


집.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잠시 멈춘 손 사이로

먹먹함이 빠져나간다.


안도와 함께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이
조용히 따라온다.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 두 마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를 끌고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서서
아무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가만히 멈춰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방인으로 살았고,
저곳에서는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어디에도 완전히 놓이지 않는 마음이
이상하게도
나를 붙잡고 있었다.


가방 한쪽을 채우고 나서야
나는 다시 앉았다.


지퍼를 닫지 않은 채,
한 번 더 안을 들여다본다.


채워진 것보다

남겨두고 가는 것들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익숙해지고,
또 낯설어지며.


해와 달이 엇갈리듯
시간을 조금씩 어긋나게 살면서.


나는 결국
이곳과 저곳 사이를 오가며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가방을 닫기 전,
나는 잠시

나에게 손을 얹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땅의 나와 저 땅의 나는

내일도 이렇게

서로를 어루만지며

완전히 떠나지도,
완전히 돌아가지도 못한 채,

내가 만든

낯섦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