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돌아오던 밤

남기지 않으려는 삶, 그래도 살아낸 호흡

by 두니

하루 중 가장 조용했던 순간은
불을 끄고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던 밤이다.


아무도 없는 방이었지만

나는

숨소리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하듯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끝없이 무너지고 있는 마음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그해의 나는
오랫동안 서 있던 자리에서
조용히 밀려나고 있었다.


남기지 않으려 했던 사람.
떠난 자리에도
아무 흔적 없기를 바라던 사람.


빈자리를 남기고,
또 다른 빈자리를 채우며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이
그날 밤,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정리하지 못한 일들,
끝을 알 수 없던 시행착오들.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꺼내어 보지 못한 채
이불속에
그저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떠날 수 있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 바랐다.


그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그날 밤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나를 지우고 있었다.


그때—

“응, 금방 갈게. 숨을 크게 쉬어봐.”


짧은 말 한마디가
이불속에 숨을 불어 넣었다.


나는

그 말을 따라
숨을 들이마셨다.


길지 않은 숨이었는데,
가슴 어딘가에 묶여 있던 것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제야
숨이
숨이 되어 들어왔다.


이불을 조금 내리고

살며시 눈을 떴다.


어둠은 여전했지만
완전히 막혀 있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다시 일어났다.


여전히
많은 것을 남기지 않으려 했고,
여전히
조용히 지나가려 했다.


그 방식이
나를 버티게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은 그렇게 생각한다.


남기지 않으며 사는 것이
나를 지켜온 방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불을 걷어내고
숨을 한 번 더 들이마셔도
괜찮다는 것을.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