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사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루 clou Jul 01. 2016

컵떡볶이에 대한 단상..

그게 뭐라고 인내심을 키워.

어렸을 적,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초등학생 시절,

우리 동네에는 컵떡볶이가 없었다.

(추억의 학교 앞 떡볶이..)


그저 학교앞 추억 접시에 기다란 밀떡볶이 몇가닥이면 하루가 행복했다.

50원어치, 100원어치 사먹는 충분한 떡볶이.


중학교에 들어가 교복을 입고나서야 비로소 컵떡볶이를 보게 되었다.

당시 물가에 비하면 300원, 500원하는 컵떡볶이는 비싼게 아니었다.


오늘 회사 근처 매일 보게되는 토스트 차량 앞에서,

토스트를 먹고 있는 직장인들을 보며 문득 떠올랐다.


그래, 난 그 시절 돈이 없었던게 아니다.
먹고 싶은 마음을 참았을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 3천원 하는 달걀토스트가 직장인인 내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한 끼 밥값도 안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참아지는 걸까.

그게 뭐라고 먹고 싶은데 왜 참아지느냐 말이다.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고소한 냄새가 좋다.

햄, 달걀, 베이컨 조합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구성이다. 

그럼 먹으면 되잖아. 지갑에서 천원짜리 두 세장 꺼내서 가볍게 건네면 그만이잖아.

미쳐버리겠다. 왜 참는거냐고. 


난 그 시절 돈이 없는 줄 알았다. 진짜 돈이 없어서 못먹는 줄 알았다.

용돈을 주시지 않는 부모님께 가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감정들은 촌음처럼 일상 속에 묻혔고,  

마치 오랫동안 학습이나 된 것처럼, ' 난 돈이 없으니까, 먹고 싶어도 참는거야. '

그 명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몇천원쯤은 책상 서랍속 어딘가 있었다. 이따금씩 교복 바지주머니에도 넣고 다녔을 것이다. 

심지어 내 저축통장에도 중학생치고는 돈이 꽤 있었다. 하지만 끝내 난 컵떡볶이를 사먹지 않았다.


습관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냥 그 모습이 당연히 내가 되고, 내 것이 된다. 


토스트를 보면서, 컵떡볶이가 오버랩 되었다. 그리고 먹고 싶어도 참는 내 습관이 발걸음에 오버랩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그리고 버스 괴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