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에게 쓰는 편지 : Keep going!

그래, 가는거야.

by 클루 clou

내 아들 임둥!

아빠가 이렇게 편지를 써 보는건 처음인것 같네.

아빠 마음은 아직도 20대인데, 우리 아들은 어느새 12살이 되어버렸어. ㅎ

이제 막 올라간 5학년에서 새로운 반친구들이랑 즐겁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또 1년을 잘 지내는게 엄마 아빠의 바람이야.

엊그제 엄마한테 임둥이 한번 더 학급 부회장 선거에 나간다는 얘길 들었어.

그래서 세어보니, 3학년때부터 3년 연속 도전하는 거더라고.

물론 원하는 자리에 당선이 되어서 임둥이 간절히 원하는 학교 전체 회의에 참석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거야.

엄마는 역시나 이번에도 걱정반, 기대반이더라고.

안되면 임둥이 혹시나 또 한번 실망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당선이 돼서 임둥이 행복한 표정으로 집에 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거든.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서 아빠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빠가 초등학생때는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성적을 보고 반장 부반장을 지목하셨어. 그러니까 지금처럼 우리반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착한 마음이 아니어도, 일단 반장 부반장이 되고 어리둥절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지.

아빠도 줄곧 그렇게 반장을 하다가, 6학년때 처음 반친구들 투표를 통해서 반장을 뽑는 제도가 생겼는데 당연하게 생각하고 선거에 나갔던거야. 앞으로 나가서 당선 공약을 멋지게 발표하기만 하면 친구들이 아빠를 뽑아줄 줄 알았던 거야. 그런데 정말 반친구 50명 중에서 10표도 받지 못하고 반장 그리고 부반장 선거에서 탈락을 해버렸지.

아빠의 당시 심정으로는 완벽한 참패였단다. 그리고 그게 너무 창피했어. 한마디로 자존심이 크게 무너진 날이었지. 왜냐하면 반장은 학년이 바뀔때마다 으레 하는거라고 생각했던 아빠였으니까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거든. 그렇게 한번 실패를 맛보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한번도 선거에 나가질 않았어. 두번 다시 충격을 받고 싶진 않았거든. 아빠는 겁이 나서 그냥 도망가버린거야.

임둥! 아빠는 그래서 3년 연속 선거에 도전하는 우리 임둥이 정말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물론 가끔은 더 어린 아이같이 굴어서 엄마 아빠를 괴롭힐 때도 있지만, 매년 좌절하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임둥을 보면 오히려 엄마 아빠가 임둥한테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아빠가 못했던 일을 해내고 있잖아.

나중에 임둥이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만, 결과의 열매는 잠시 달콤할 뿐이야. 그 열매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자세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 그 과정이 더 중요한 거거든.

잠시동안 울어도 좋아. 그렇게 푸는 방법도 아주 괜찮은 것 같아. 옛날의 아빠는 그것도 창피해서 아빠의 감정을 속으로 숨기기만 했었어. 제대로 풀 수만 있다면 또 다시 일어나서 시작할 수 있는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임둥 너 자신을 잃어버리지마. 실망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는거야. 너는 원래 그런 어린이잖아. 슬픈 일은 오래 슬퍼하지말고 빨리 잊어버리자. 툭툭 털고 일어나서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또 엄마아빠랑 같이 재밌게 해보자.


학교에서 몰래 공약 키워드를 10개나 적어가면서까지 열심히 준비한 임둥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 아들. 항상 응원한다, 화이팅! 사랑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솔로 9기(I am SOLO), 옥순과 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