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가슴속에만 남아.
2012년 말에서 2013년까지의 기억.
방문한지 10여년도 더 흘렀지만 잊혀지지 않는 식당이 있다.
"Noodles"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맞은편 남부순환로와 인접한 식당이었다.(?)
인생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속 주인공인 '누들스'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식당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기한 건 언제 폐업했는지도 모르지만 아직 유리창에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우면산 둘레길을 짧게 걷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텅빈 식당을 발견하고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 오래 머물렀다. "Noodles"는 그런 곳이었다.
2012년 말부터 나는 그야말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의 와이프(곰제이)와 분주히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였다. 그 중 기억속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식당 중 한 곳이 바로 이 곳 "Noodles"였다. 곰제이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태국 면요리 음식점이었지만, 한국에서 지금까지 먹은 태국 음식중 으뜸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맛도 맛이었지만, 그때 내가 느끼는 행복감과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져 그랬으리라.
연애 초반 하루하루가 설레고 재밌는 그런 시절이다. 늘 어디가서 데이트를 해야하나, 밥은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하루는 곰제이가 동네에 괜찮은 음식점이 있다며 가보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 체인점도 아니고 일부러 요란하게 태국스러운 인테리어도 아닌, 작고 모던한 느낌의 레스토랑이 꼭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앞에 앉아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음식도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특별한 맛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에게 "Noodles"는 가장 좋았던 태국음식점으로 남아있다.
몇 해 전, 우리의 또다른 아지트였던 방배동 상문고 옆 '카페베네'가 폐업했다. 빙수를 좋아하는 곰제이와 연애 시절부터 결혼하고 나서도 종종 들러 빙수를 먹던 곳이었다. 특히 번화가가 아니다 보니, 주말이나 평일저녁에는 우리말고는 손님이 없던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시덥지않은 대화가 주를 이뤘지만 직장 상사 욕도 실컷 하고, 결혼 얘기도 많이 하고 편하게 시간 보내기 좋았던 아지트 역할을 했었다. 가끔 그 곳을 지나갈때마다 없어진 카페를 보고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씁쓸해하곤 했는데, "Noodles"의 빈자리를 보고 있자니 단순 씁쓸한 감정보다는 일종의 노스탤지어가 떠올랐다.
'그때 정말 좋았지. 지금은 임둥과 셋이라서 더 좋은데, 결국은 나이 먹은 클루와 곰제이만 남았네.'
갑자기 먹먹해졌다.
아주 잠깐 시계가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왔다. 욕심이지만 추억의 장소가 더이상 사라지지 않고 다시 방문하여 추억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