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준비가 7할
먼저, 여행 준비는 변태같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여행 준비는 가기 전날까지 기분좋게 설레면서도, 동시에 고통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의 뜻은 일찌감치 작년 가을에 모아졌고,
목적지가 첫 화두였는데, 인원이 16명이다 보니, 제약이 없을리 만무했다.
해외여행이지만, 금토일 2박3일로 다녀올 만한 곳. -_-
형의 직업 특성 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지만,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목적지는 금방 정해졌다.
"오키나와"
결국 우리나라에서 그 짧은 시간동안 다녀올 만한 곳은 이웃나라 중국, 일본이 아니었던가.
그 보다 앞서, 패키지와 자유여행이라는 두 옵션 중, 나의 적극적인 발언으로 자유여행을 못박아 둔 상태였다. 물론 자칫하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그 비용으로 사서 고생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돌발사태 가능성이라든가 전체적인 만족도 또한 패키지 여행만큼 보장할 수 없는 위험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족의, 우리가족에 의한, 우리가족을 위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싶지 않았다.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요르단 자유여행, 페트라로 향하는 드라이브.
그 파란 하늘 아래 오로지 싱금이와 단둘이서만 절실하게 느꼈던 감동.
그와 같이 부모님, 형제들,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원하는 곳에 좀더 내버려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클 뿐이다.
아무런 제약없이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전공자로서 중국은 16명이 자유여행을 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동남아는 이동시간만 따져도 시간적으로 사치였다.
우리에겐 휴양을 중심으로 관광도 가볍게 할 수 있는 곳이 최적의 장소였다.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았는데, 오키나와가 후보로 나왔다. 오키나와는 싱금이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다녀왔던 곳이었다. 처음엔 가족들이 이미 다녀온 곳은 제외시켰는데, 최적의 후보지를 단지 내가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순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내가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오키나와로 쉽게 정할 수 있었다.
날짜도 봄기운이 다가오는 4월 초로 정했다.
수순대로 비행기 티켓도 예매하고 호텔이랑 렌트카도 예약하고 4월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나의 불찰이 시작됐다.
우리에겐 천문학적인 여행경비. 작년부터 겨우내 항공권을 저렴하게 잡아보려 애쓰다가, 결국 예상비용 초과로 항공권을 예매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오키나와까지 날아갈 방법이 없는데 호텔과 일정이 다 무슨 소용인가. 다급하게 스케줄을 조정 협의하려고 했으나, 16명을 다시 맞추기란 여간 버거운게 아니었다.
4남매 간에 날선 핀잔이 오고 갔고, 그렇게 상처만 남긴채 허무하게도 가족여행은 무기한 연기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