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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l 14. 2016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가슴에 새기는 구절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논어]에 나오는 효(孝)와 관련된 한 구절이다. 

중어중문학 전공이라서, 대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에 인터넷에 떠도는 플래시를 가끔 보곤 했는데, 위 구절을 인용한 컨텐츠를 봤었다. 


부모가 헌신하며 자식을 애지중지하게 키우고 나서,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해서, 좋은 직장을 다니며, 결혼도 해서, 자식도 낳고, 풍요롭게 살게 되자, 

이제 좀 부모님 은혜를 갚기 위해 효도를 하려고 보니, 부모님은 이미 늙고 병들어 돌아가신 후였다는 내용.


그때 난 시쳇말로 쇼킹했던 것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서사 구조였는데, 결말이 내겐 큰 반전이었던 것이다. 

다시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과연 위 구절처럼 완성된 내용이 논어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난 가슴에 구절을 통째로 새겼다. 그리고 앞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다. 

언젠가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가끔 이런 말을 뇌까리시곤 했다. 

"아버지 생전에 백두산 여행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셨는데, 그걸 못해드린게.."

회한이 섞인 목소리.


부모님은 원래 여행을 무척 좋아하심에도, 고단한 삶 때문에 그 동안 많이 못하셨던 거다. 내가 그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지 말자고 오래전부터 결심했다. 아버지 말씀을 곁에서 듣던 나는, 아버지처럼 후회하지 말자, 내가 틈틈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다니자 생각하게 되었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핑계로 여기저기 해외를 많이 다니면서, 나름 언어라든가 여행 계획, 상황 판단 등 일종의 여행 노하우를 체득했다고 본다. 대학 졸업 후, 국내를 제외하고 해외로 효도여행 세 번을 다녀왔다. 기간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상황과 사정을 고려해서 다녀 온 것이다. 캄보디아&베트남, 태국, 중국.

 

결혼을 해서 제약이 좀더 따르겠지만, 싱금이를 설득해서 부모님 뿐만 아니라 장인 장모님까지 꾸준히 모시고 다녀볼 생각이다. 작년에 이미 처갓집과도 베트남 다낭으로 처녀여행의 닻을 올렸다. 아직은 여건이 만만치 않아 아시아 위주로 다니고 있지만, 부모님이 가고 싶어 하시는 오세아니아 지역이나 유럽으로 점차 넓혀볼 생각이다. 


올해 봄,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세번째 효도여행지 중국 계림을 다녀왔다. 전반적으로 꽤 좋았다.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는 모습, 막내아들 든든해하시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후회가 없다. 

계림 우산공원에서..

탄력을 받은 느낌에서 진도를 좀 더 빼보기로 했다. 대가족여행이 일단 뭉그러진 가운데, 싱금이와 상의하여 우리끼리 부모님 모시고 여름휴가로 다시 한번 오키나와를 찾기로 했다. 

네번째 효도여행인 셈인데, 상황은 또 의외로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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