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바짝 운전
오키나와 자유여행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위, 뚜벅이 여행이 적합한가.
아니면 렌트카 여행이 더 나은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자신있게 후자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행 동반자가 가족이라는 전제 하에.
젊은 친구 사이, 혈기 왕성한 나이쯤엔 뚜벅이 여행도 괜찮을 듯 싶다.
그 시기엔 어차피 이런저런 좌충우돌 우여곡절도 우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 관점이 아니라, 여행 자체의 효율성으로만 본다면 렌트카 여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오키나와 여행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첫째, 오키나와 중심지인 나하시를 벗어나 중부, 북부로 올라가면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해 있지 않다.
그 말은 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정류장에서 멍을 때리면서 시간을 낭비할 여지가 많다거나, 첫차막차 시간에 쫓겨 일정에 있는 관광포인트를 생략하는 안타까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유명 관광지는 예외라 하더라도, 숨어있는 맛집과 해변 그리고 정작 숙소를 찾아가는데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지도 모른다.
2013년 12월 오키나와에서의 운전이 나의 처음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7년전, 2006년 1월 즈음이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유로센터 어학원의 신년 단기 방학을 맞이하여, 같은 반 사람들끼리 북섬 중부에 위치한 로토루아, 타우포 여행을 가기로 했다. 누나 1명, 나와 동갑내기 1명, 일본인 친구 2명까지 총 5명이 모였는데, 고맙게도 누나가 어른답게 주도적으로 여행을 준비해주었다. 이미 렌트카를 준비해두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여행지 정보도 미리미리 공유해주었다.
그때는 당연히 내가 해외에서 운전해볼 수 있을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 살면서 그런 상상조차 하지 않을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관심이 없으니까,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해외에서 운전하려면, 당연히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국내 운전면허증만 가지고도 된다 안된다 의견이 분분한 나라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 두번의 발품과 만원도 안되는 소정의 발급수수료 때문에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 그토록 간단한 것이었다.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 누나가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뉴질랜드 현지에서 렌트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여행 내내 무리없이 우리 5명을 포용하기에 넉넉한 중형 토요타 차량으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엔 누나가 운전하다가 도시를 좀 벗어나면서부터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미친거 아닌가. 국제운전면허증 없잖아. 차선 방향, 운전대 위치도 국내랑 정반대잖아. 무슨 깡이었을까.
모든게 익숙해지고 나서야 아무도 눈치 못채고 역주행 한번 태연하게 해주고 가슴을 쓸어내린 다음,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로토루아 가는 길. 언젠가 다시 뉴질랜드를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
지금까지도 내 인생 최고의 드라이브 배경으로 남아있다..